▲파인텍 오체투지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와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유성호
이렇게 우리 모두의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이 저 하늘감옥에서 내려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자유를 얻고,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소망입니다. 또 한 번의 408일이 되는 12월 24일 전에 그들이 내려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연말이 조금은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한국사회의 인권이 더 이상 허물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모든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단 한 사람이 있습니다.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입니다. 이미 2015년에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 408일이라는 야만의 오명을 가지게 한 사람입니다. 2010년 기존 한국합섬 인수 과정에서 당시 빈 공장을 지키며 5년을 싸워오던 노동자 104여 명의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 등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870억 원에 이르는 회사를 399억 원에 인수하고는 1년 8개월 만에 위장폐업과 '먹튀'로 답한 이입니다.
당시 300억 원에 이르는 체불임금은 도대체 누가 떼어먹은 건지 확인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위장폐업에 맞서 다시 문 닫힌 공장 굴뚝에 올라 차광호 조합원이 2015년 408일이라는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네스북 기록을 하는 동안에도 안하무인으로 버티던 이입니다.
당시 어쩔 수없이 합의한 자회사 파인텍은 정상 운영 약속과 달랐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 작업량도 없고, 겨우 최저임금을 면하는 수준의 임금만 주었습니다. 결국 다시 오늘로 405일에 이르는 굴뚝 고공농성으로 한국사회 모두가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동안에도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바지사장'만 내세운 채 교섭 한 번을 안 나온 사람입니다.
이 한 사람 때문에 한국사회와 민주적인 시민들이 지불해야 했던 사회적 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도대체 어떤 무소불위의 권력인지 그는 그 수많은 언론 보도에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노동청이 불러도, 국회가 불러도 우스워하며 안 나옵니다. 그는 도대체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도대체 이 공동체 사회에서 어떤 치외법권이며, 특권이며 갑질입니까.
사회원로들이 차가운 거리로 나서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무기한 단식을 하는 이 때에도 그는, 그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부와 여유를 한껏 즐기고 있습니다. 자신의 오만과 무책임으로 영하 십 몇도의 날씨에 75m 굴뚝 위에서 두 사람의 온몸이 꽁꽁 얼어가도, 40도가 넘는 폭염의 하늘 아래에서 사람이 검게 말라가도, 폭우에 사람이 젖은 스펀지처럼 헤지고, 폭풍에 날라갈까봐 밧줄로 자신의 몸을 결박하는 동안에도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부 위에서 안락합니다.
긴 탄압의 세월에 장사가 없어 지금은 다섯 명이 남아 끝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고용을 보장할 공장도 있고, 자본력도 충분합니다. 오늘도 충북 음성 원청공장인 스타플렉스는 팡팡 잘 돌아갑니다. 가족 일가가 주식의 70% 가까이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도 계속 뽑습니다. 다섯 명의 고용보장 약속을 못 지킬 어떤 어려움도 없습니다.
노조가 싫어 못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답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합니다. 그는 돈이 될 때는 2010년 5년 동안 빈 공장을 지키며 싸우던 '강성노조원(?)' 104명의 노조와 고용을 승계해 '먹튀'하기까지 함께 살기도 했습니다. 그의 개인적 아집 탓에 서울에너지공사는 400여일 동안 공장 굴뚝 하나를 못 돌리고 있습니다. 몇 개 중대의 경찰력이 400여 일 동안 굴뚝 아래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400여 일 가까이 수고를 해야 하고, 수만 명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400여 일 가까이 연대를 다녀야 하고, 수백 만의 국민이 안타까워해야 하고, 수많은 이들이 피눈물로 어렵사리 일궈 온 한국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현주소가 75m 굴뚝 아래로 까마득히 추락해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회적 분쟁 비용을 왜 그 한 사람 때문에 지불해야 합니까. 왜 경찰과 정부는 전체 사회를 향해 이토록 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를 보호하고 있습니까.
오늘로 405일째입니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됩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이유로 공공연히 고용을 회피하고, 인간과 공동체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를 모욕하고 파괴한 김세권 사장 한 사람 때문에 이 수많은 갈등과 고통이 지속되는 것을 한국사회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런 배째라식, 제왕적 기업 경영을 하며 모든 사회적 갈등비용을 우리 모두의 세금인 공권력에 전가하며 배를 불리는 기업가라면 이젠 그가 누구든 이 사회에서 퇴출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만약 이런 사회적 폭력과 야만을 지속적으로 악랄하게 수행하는 기업가들을 단죄할 방법을 못 가진 법이라면 그건 공동체의 법이, 민주주의의 법이 아니기에 뒤집어져야 하고, 폐기되어야 합니다. 새롭게 제정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연말을 반납하고 노심초사 굴뚝의 날짜를 세고 있는 동안, 또 한 번의 408일이 오기 전에 그들이 내려 올 수 있게 한국사회 모두가 나서서 노력을 하고 있는 동안, 문제 당사자인 그는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해외로 나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