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사자.이 사자는 코토르가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은 역사적 흔적이다.
노시경
"이 사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사자인데?"
"이 사자, 전에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갔을 때, 베네치아에서 숱하게 보았던 베네치아의 상징이지. 이 사자는 코토르가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았다는 징표야. 코토르는 특히 베네치아 공화국의 오랜 지배를 받으면서 베네치아 풍의 많은 건축물이 남은 도시이지."
이 코토르는 고대로마시대의 로마인들이 아드리아 해안에 정착해 살면서 최초로 세워졌다. 코토르는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Justinianus I, 재위 527년∼565년) 때 요새가 건립되면서 도시로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후 무려 천년의 세월 동안 많은 제국들이 이 아름답고 번영하는 도시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코토르는 불가리아제국, 베네치아공화국, 오스만 투르크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지배를 받은, 복잡다단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통합되었던 코토르는 세계대전이 끝나자 유고슬라비아공화국의 도시로 편입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2006년에 독립한, 어엿한 몬테네그로 독립국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서문 입구를 들어서는데 문 위에 '1944.11. 21'이라고 적혀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탈리아로부터 몬테네그로가 독립한 날짜를 표시한 것이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민족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즐거움이 얼마나 컸을 것인가!
성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성벽도시 코토르의 역사적 체취가 짙게 풍기는 골목이 펼쳐졌다. 골목에는 반질반질한 포석이 정연하게 깔려 있었다. 나는 돌바닥을 밟고 걸으며 코토르의 역사 속으로 직접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곳의 골목길은 기웃거리고 거닐며 중세도시의 무수히 많은 인간의 이야기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골목을 둘러싼 석조건물들은 붉은색 지붕과 하얀 석조 외벽을 가지고 있다. 옛 건축물들은 정연하고 단정하고 고상하다. 코토르는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기품이 있다.
격동의 역사를 헤쳐 나온 코토르에는 시기별로 다양한 건물들이 세워졌다. 코토르의 이 건축물 중 역사가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은 성 트리푼 대성당(Cathedral of Saint Tryphon)이다. 이 성 트리푼 대성당은 코토르의 상징이자 구시가의 상징이라고 불린다. 이 성당은 외관부터가 묘하게 옛 시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성당 뒤편의 산세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참 멋진 건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