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몰카 편파수사' 규탄 여성시위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2018년 5월 19일) .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주축은 386-운동권-민주화 세대로 인식되고 있다. 생애주기로 미뤄보아, 사회 경제적 주축 역시 20대의 부모세대인 386 민주화세대라고 할 수 있다. 386 민주화 세대가 정치적으로 암흑기를 거치면서 민주주의 발전에 공로를 세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386세대가 누린 경제적 호황은 대한민국 역사에 다시 없을 호황이었다.
당시엔 대학 진학률 자체가 낮았고, 그중에서도 메이저 서울 대학 위주로 운동진영이 편성되었다. 일부 운동가의 희생으로 대다수가 민주화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다. 스펙을 쌓지 않아도 제때 취업이 됐고, 빚 내서 집을 사도 집값이 올라 자산 증식이 용이했다. 자식을 낳을 쯤 사교육 시장이 열려, 군사정권으로부터 빨간줄 그인 운동가들조차 학원 사교육 사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정치 영역에서도 민주화 세대는 운동권 몰락 이후 청년 정치인을 육성할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후계자를 두지 않는 정치 스타일을 고집하였다. 그 결과 청년 정치인과 청년 정치 부족 사태가 늘 선거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경제 구조에 수혜를 입은 세대이자 책임자임에도, 호황 세대가 불황 세대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나무라는 형국에 적대심이 늘어갈 수밖에 없는 문화적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굶어보지 않아서 간절함이 부족하다"며 20대를 호통 치는 어르신들의 분노는 노령 빈곤의 처참한 현실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화적 혜택을 충분히 누렸음에도 철 들지 못해 불평불만만 많다는 20대 철부지론이나, 요즘 것들은 노력이 부족하다로 단정 짓는 노력 환원론, 20대가 투표하지 않아 보수정권이 찾아왔다는 기성 세대의 편협한 시각에는 격한 반발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문제도 그렇다. 남성 가부장의 문화를 20대 남성이 만든 것이 아니다. 도리어 봉건적 전통에서 미처 못 벗어난 산업화 세대, 운동권에서 여성들을 소외시키고 오히려 2차 폭력을 가한 민주화 세대의 '문화적 부채'를 20대 남성이 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에서 또래끼리 가해지는 성희롱과 성추행도 문제지만, 직장 상사를 비롯한 앞 세대로부터 가해지는 세대 간의 수직적 성폭력이 더욱 큰 문제를 유발하고 있지 않은가?
미투 운동의 주요 혐의자는 중장년의 남성이었으나, 인터넷에서 전쟁을 벌인 건 20대 남성들과 30대 유아인이었다. 페미니즘 문제에 대해서 뭐라도 한마디 남기는 것은 20대 남성이다. 40대 50대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60대 이상은 페미니즘이 낯설다.
20대 남성은 여성혐오의 무결 지대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그들도 가해자다. 그렇지만 개선의 여지와 책임소재의 비중이 잘못 책정되어 있다는 불만에는 일리가 있다.
표의 대가를 요구하는 20대 남성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권에 지지표를 거뒀다고 해서, 역사의식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외려 현 정부가 민심을 정확히 읽고 경각심을 발휘하여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신호인 것이다. 20대 남성의 지지철회는 '20대 철부지론'의 모욕을 참아가면서 열심히 투표해 정권을 교체해준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있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기회 소멸의 시대 20대 취직의 문은 좁고, 들어가도 꼰대 문화에 점령된 일터에서 '존버'(최대한 버틴다는 뜻의 신조어)의 삶밖에 남아 있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는 그동안 가부장제에 신음했던 여성들에게 죗값을 치러야 한다. 비관과 부채, 죄의식이 점령하고 있는 게 바로 현재 20대 남성의 응축된 심리적 정서다.
20대 남성은 변화의 압력에 갈 길을 잃고 있다. 이들은 이 상황에서도 불만을 드러내기보다 노력하고 있으며, 가부장으로 살기보다 페미니즘 도서를 읽으려 하고 있다.
스스로 사각지대에 갇혀 있다고 여기면서,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대변해줄 조직력은 부재했던 20대 남성들이 직접 정권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앞세대들로부터 상속받을 게 줄어들고 핀잔이나 들을 바에 정부에 직접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남성의 모자람에 비난의 초점을 가하는 것은 더욱더 정권의 하락세를 재촉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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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근로자, 부업 작가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과
『젊은 생각, 오래된 지혜를 만나다』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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