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평야에 흑두루미와 큰고니
안광연
세종특별자치시에는 2015년부터 겨울 진객이라 불리며 사랑받는 흑두루미가 찾아온다. 2015년 11월 24일의 일이다. 재두루미 5마리와 흑두루미 2마리가 장남평야에 내려앉았다. 며칠 뒤 재두루미는 남하를 하여 이동하지만 흑두루미는 장남평야에 눌러앉고 월동을 시작한다. 한해로 그칠 줄 알았던 월동을 벌써 4년째 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2마리가 장남평야를 찾아와 월동하고 3월 다시 북상하여 시베리아로 떠났다. 그런데 올해는 또 2마리가 아닌 4마리가 장남평야를 찾았다. 두 마리가 가족을 이루어 새끼를 데리고 함께 장남평야를 찾은 것이다. 한 가족이 되어 찾아온 흑두루미가 기특하기만 하다. 매년 같은 곳을 지도도 없이 찾아오는 흑두루미의 지리적 감각은 정말 신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철새들에게는 오른쪽 눈에 지구의 자기장을 느끼는 기관이 있고, 지리적 감각과 별들을 기억하여 이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도저히 불가능한 감각이다. 어찌 되었든 장남평야에 가면 일본의 이즈미나 순천만에서나 볼 수 있는 흑두루미 4마리를 만날 수 있다. 사람 경계가 심하기 때문에 가급적 멀리서 관찰해야 한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28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취약종으로 분류하여 보호하고 있다. 순천만 외에 별다른 월동지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장남 평야에 찾아온 4마리의 흑두루미는 매우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흑두루미 외에 2018년에는 다른 두루미도 한 종 더 찾아왔다. 바로 검은목두루미 어린새가 찾아온 것이다. 무리에서 낙오된 것으로 보이지만 검은목두루미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자료집(Red List)에는 관심대상종(LC: Least Concern)으로 분류되어 있다. 천연기념물 45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