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한 당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의당은 이 제도 도입에 당력을 집중하는 양상이다.
지유석
이상적인 측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 민의대로 의석수 배분이 이뤄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도 문제는 없지 않다. 각 정당, 혹은 개별 의원들이 민의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할 수 있다. 정의당을 예로 들면, 새 제도 도입으로 세가 지금보다 커졌을 때 과연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당 지도부가 엄격히 통제해도, 각 지역의 기득권 세력과 야합하는 의원이 안 나온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정의당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권력은 크기가 커질수록 권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속성이 있어서다. 또 사실, 현대 다원주의 민주주의가 국민의 정치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선거 이후 정당이나 의원들이 민심을 저버리는 행태에 제동을 걸 마땅한 장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이 같은 제도적 약점을 안고 있다.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다시 밝혀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단점이 있으니 도입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 제도의 약점을 인식하자는 말이다. 그래야 새로운 제도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일단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한 만큼 국민의 뜻이 제대로 의석수로 나타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 주기 바란다. 동시에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선거 '이후' 정당이나 의원들이 선거민심을 저버렸을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 역시 함께 고민해 반영해 주기 바란다.
또 정의당에 바란다. 이번의 합의는 그야말로 합의일 뿐, 합의 과정에서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최종안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 원하는 목적을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기 바란다.
정의당이 바라는 바가 온전히 반영된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궁극적인 민주화로 직결되지 않는다. 그보다 제도와 함께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그칠 것으로 판단한다. 국민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려면 끝없이 제도와 운영의 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1987년의 민주화는 제도적 민주화의 차원에 그쳤다. 2018년 세밑 정치권에서 이뤄진 선거제도 개혁 합의는 1987년을 뛰어넘는, 실질적인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첫 걸음으로 역사가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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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선거제도 개혁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뛰어넘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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