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이돈삼
불일암은 송광사 매표소를 지나 만나는 청량각 앞에서 왼편 계곡을 따라간다. 참나무 숲길과 삼나무·편백 숲길, 대나무 숲길을 지난다. 솔방솔방 걸어도 30분이면 닿는다. 스님이 생전에 오가던 이 길이 '무소유 길'로 이름 붙여져 있다.
무소유 길은 법정 스님이 입적한 뒤, 송광사와 순천시에서 단장했다. 안내판 몇 개, 스님의 법문 몇 개를 팻말로 세워둔 게 전부다. 법정 스님의 마음가짐으로 숲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새소리에 귀를 열고 걸으면 더 좋다.
숲길에서 법정 스님의 법문을 만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아는 데 있다.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내려놓는 것이고, 비움이고, 용서이고, 자비다. 그 마음이 눈에 선하다. 속세의 번뇌도 사라지면서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