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은 고속터미널 대합실에서 휴식하는 여성홈리스와 아웃리치 상담원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폭력적인 거리
여성 홈리스들은 거리 생활을 한다는 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으로 대상화된 채 거리에 설 때 끊임없이 물리적, 성적 위협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노숙생활을 하면서 같이 모텔에 가자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고, 다른 여성 홈리스가 강간당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길에서 아무 이유 없이 맞은 뒤론, 옆에 남성이 누우면 겁이 나서 도망가야만 했다.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머리를 잘랐다니까. 왜냐? 안 달려들잖아."
"지금은 제 집(지원주택)이고 하니까 안정 됐지만, 거리 나갈 때는 정말 무서웠고, 두려웠고, 남자들이 위협할까봐 너무 무서워서 도망만 다니고, 그냥 혼자 다니거나 아니면 롯데리아에 있으면, 여자분 있으면 그 뒤쪽에 앉아 있거나 그렇게 생활을 했어요."
이들은 입을 모아 남성들의 시선과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여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현재 여성 홈리스를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을 포함해 6개 광역지자체뿐이고, 이외의 지역은 어떤 여성 홈리스 지원체계도 갖추고 있지 않다. 여성 거리 홈리스를 위한 일시보호시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에 설치되어 있지만, 홈리스 밀집 지역에서 먼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밀집 지역의 경우 남성 홈리스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시보호시설의 일부 공간에 여성을 위한 응급보호방을 운영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상시적인 위협에 노출된 여성이, 이용자 대부분이 남성인 공간을 자유롭게 접근하거나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대합실에 머물고 있는 한 여성홈리스. 여성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이제는 정말로
홈리스 추모제는 2001년부터 매년 동짓날을 기해 거리, 시설, 비주택 등지에서 거주하다 사망한 홈리스를 추모하고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자리이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홈리스 추모제에서 '여성 홈리스' 의제를 별도로 다룬다. 우리가 만난 여성 홈리스들은 사회에 이렇게 요구한다.
"편히 잘 수 있고 기본이 해결될 수 있는 장소, 공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꿈이 있다면 안정적이게 일자리나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신적으로 안정이 돼야 하고 일단 뭔가 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 회복이 필요한 것 같아."
"교육도 받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부를 할 수 있으면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지금껏 홈리스 문제는 실직으로 인한 남성 생계부양자의 문제로 다뤄졌다. 이 때문에 가시화되거나 설명되지 않았던 여성 홈리스는 홈리스 논의에서 배제되어 왔다. 혹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숨기를 선택해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오독한 말이다. 일차적으로 여성에게 안전한 가정과 거리를 만들어야 하며, 여성홈리스를 위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여성들이 사회를 신뢰할 수 없으며, 적극적으로 나와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다.
다시금 질문한다. 여성에게 국가와 가족은 무엇인가? 이들의 안전한 삶과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는,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편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안정적으로, 공부하며" 살고 싶은 여성 홈리스들이 지금 여기, 우리의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
▲포스터.
종교계민간협력네트워크 외
홈리스 인권지킴이 |
'홈리스 인권지킴이'는 홈리스행동에서 매주 금요일 밤 서울역, 용산역 일대의 거리홈리스들을 만나는 활동이다. 인권침해에 대응하거나 복지지원 정보를 안내하고, 동행하는 일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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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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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처럼 머리 잘랐어, 그러니까 안 달려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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