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누리 공동체의 결혼 품앗이결혼식을 공동체 사람들이 품앗이를 하여 마을 잔치처럼 진행한다.
수피아
각 공동체의 소개가 끝난 후 조현 기자는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는 2000년 시대를 앞두고 '지구가 지속가능할 것인지 문제의식을 가졌다. '대안은 없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졌고, 여러 자료를 찾던 중 유럽에서는 이미 '우리들이라도 다르게, 인간답게 살아보자'하는 공동체 마을을 만든 사람들이 있어서 신문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후 개인적으로 몸이 아파서 신문사 1년을 휴직하고, 그의 친구인 산청민들레 공동체 이동근 대표의 조언에 따라 태국 아속 공동체에 요양차 가게 되었다.
그곳의 삶은 신선했다. '이렇게 살면 좀 달라질 수 있겠네'라는 느낌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후 기자라는 직업병이 발동하여 인도, 일본, 미국 등지로 공동체 마을을 다니며 외국 공동체 마을 탐방으로 기획을 해서 한 달 살이 이상으로 다녔다.
그러나 한국 정서에는 좀 안 맞을 수 있고 이상적이기도 하고, 먼 나라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국으로 눈을 돌렸더니 몇몇 공동체들이 눈에 들어왔고, 전달할 필요를 느껴 한국 위주로 기획 방향을 틀었다. 조현 기자는 대표들에게 여러 사람들과 살아야 하는 특성상 사람들과 부딪힐 때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정민철 대표는 본인이 부딪히기 보다는 청년들과 농촌 마을 사람들 사이에 충돌을 중재하는 역할에 있다. "사실 농촌에는 기본적인 공동체성이 이미 있다. 도시 청년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도 8년 정도 걸렸다. 이해를 못한 상태에서 보면 아주 불합리하게 보인다. 하지만 나는 청년들에게 '정답을 찾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돼'라고 한다. 쳐다보기만 하는 방식을 쓴다. 누가 맞다 틀렸다 안하려고 노력하며 답을 안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웃음).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스타일이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가능하면 지나가버리는 방식을 쓴다"며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부산 '온배움터'의 채상병 대표는 한 일화를 들려주며 느낀 점을 전했다. "도시에서 한 청년이 같이 농사를 지으려고 왔는데 함께 하는 시간보다 킥복싱 등 계속 뭘 배우려고 나가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시골에 와서도 뭔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더라"며 스스로 뭔가를 갖추어서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 청년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채 대표는 "그 청년이 자기도 모르는 열등감・불안에 갇혀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긍정하는 힘으로 나아가야만이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동체 생활의 장점은 무엇일까? 조현 기자의 질문에 박민수 대표는 출산과 육아 부분을 꼽았다. "처음에는 부부들이 같이 팀을 꾸려서 순번제로 아이들 케어를 했었다. 부부가 20명이 10팀이 되어 10명의 아이들을 어른 두 명이 '돌봄'이라고 이름 붙여서 돌봤다. 나중에는 싱글들도 참여해서 돌본다. 10일에 한번, 한 달에 두 번 정도 아이들과 놀아주고 나머지는 개인시간으로 쓰니 부모들이 많은 시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유아기가 지난 아이들은 어떻게 돌볼까? 박 대표는 "초등학생과 청소년들도 자기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부모들의 손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공동체에 같이 살지 않는 아이들도 자주 놀러오고, 집에 돌아갈 때는 정말 슬퍼한다"고 전했다.
조현 기자는 박 대표의 얘기를 듣고는 "은혜공동체를 가보니 한 건물에 다 같이 살며 항상 이모, 삼촌이 50명 정도가 되니까 아이들이 부모들을 안 찾더라. 그 시간에 엄마 아빠들은 2층 바에서 술을 드시더라(웃음)"고 덧붙였다.
'밝은 누리'의 최철호 대표 또한 "아이들의 인성이 좋아진다. 교육 프로그램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어우러져서 크는 게 인성이다. 또한 딴 집 아이들이 놀러오면 부모가 같이 놀 필요는 없어진다. 자연스럽게 육아 부담이 줄어들고, 안전만 체크하면 된다. 또 부부품앗이 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지며 일상적으로도 품앗이를 하게 된다. 지금 이 시간 북콘서트 중에도 품앗이는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채상병 대표도 "공동체 안에서 주위 사람들이 '같이 키워줄게'라는 말이 큰 위안이 된다. 작년부터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마인드 벨' 수업을 진행했는데 수강했던 부모들이 많이 울었다"며 "우리들은 그동안 아이를 키우는 동안 다른 부모들과 비교하며 자기안의 소리를 많이 잃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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