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1월 9일 오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희훈
그런데 검찰의 비리, 표적 수사, 정치보복수사, 짜 맞추기 수사, 편파 수사, 부실 수사, 직권남용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없습니다. 감사원은 기소권이 없고,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감찰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2004년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대검 감찰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검찰의 환부를 도려내기는커녕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투명한 사회를, 투명한 검찰을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곪은 상처는 상처가 없다고 속이거나 밴드나 붙여놓아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고통스럽더라도 힘들더라도 고름을 짜내야만 상처가 낫고 새살이 돋아납니다."
서지현 검사가 권력형 성범죄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공로로 한국투명성기구가 수여하는 올해의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수상소감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검찰의 문제점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검찰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스스로 자정하지 못했습니다. 검찰 출신 일부 국회의원들은 어떻게든 검찰을 현재의 모습 그대로 보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곯은 상처를 외면하고, 그저 밴드 정도 붙이는 미봉책으로 검찰의 문제점을 덮고 넘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미 거대한 공룡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를 상상해 보세요. 공룡세계의 절대강자이지만, 고름을 짜낼 두 팔이 이미 퇴화해 버렸습니다. 자신에 등에 생긴 종창의 고름을 스스로 짜낼 수도 그 주변의 살들을 도려낼 수도 없습니다.
당장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고육계(苦肉計)'가 검찰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검찰 안에 있는 지혜로운 검사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비대해지고, 수많은 관계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검찰은 스스로 자신의 살을 도려낼 능력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검사선서>의 '용기 있는 검찰', '따뜻한 검찰', '공평한 검찰', '바른 검찰'로 회복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공수처입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공수처가 검찰과 기능이 중복된다고 하면서 '옥상옥이다' 또는 '검찰 위의 검찰이다' 라고 하면서 공수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옥상옥'이 아니라 검찰의 새로운 경쟁자입니다.
'비대한 공룡' 검찰에 대응하는 '날쌘 표범' 공수처가 새롭게 등장하면 검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하여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가 설립되면 검찰이 축소·은폐하고자 부실수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던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다시 수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검사, 판사, 국회의원의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 편향성, 부패 가능성이 상당 부분 낮아질 것입니다.
현재 공수처는 그 설계도가 이미 발의된 6개의 법안 속에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 및 법무부안도 제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공수처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처장과 공수처 검사를 어떻게 임명할 것인지, 공수처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대상 범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수사대상을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수사개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검찰과의 업무 협조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국회의 견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등 각각의 쟁점에 대하여 소위원회에서 심사과정을 통해 적정한 법안 내용을 선별해서 모듈별로 선택 또는 조정하면 됩니다.
이제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관전 포인트는 공수처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하자는 국회의원들, 공수처의 규모를 축소하자는 국회의원들,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무력화 하려는 국회의원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국회의원들을 형광펜, 빨간펜으로 밑줄 그어가면서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당, <보수의 정신>에서 답 찾아야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에는 보수의 10대 원칙이 나옵니다. 그 아홉 번째 원칙은 "보수주의자는 권력을 신중하게 자제해야 할 필요를 인지한다.", "보수주의자는 권력을 제한하고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보수주의자들은 헌법적 제약, 정치적 견제와 균형, 법률의 적절한 강제, 예로부터 의지와 욕구를 억제와 미묘한 그물망 등을 자유와 질서의 도구로 승인한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보수 재건의 해답이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에 숨어있습니다.
보수의 궤멸적 타격 이후 보수 재건의 논의가 한창입니다. 그 출발점이 고위공직자 부패와의 단절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공수처 설치 문제에 대하여 자유한국당이 그 입장을 완전히 변경하여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공수처 도입에 앞장선다면 자유한국당에 싸늘히 식어있던 민심은 언젠가는 반드시 반응할 것입니다.
부자(附子), 비상(砒霜), 천남성(天南星) 등은 사약의 주재료였습니다. 이 약재들은 강한 독성을 지녔지만 중한 병에는 소량으로 쓰면 약이 되었습니다. 검찰과의 관계가 있어서 지금 당장은 독약을 받는 것 같겠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이를 받아들이면 보수 재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검찰, 자유한국당의 재건과 재생의 길이 공수처 도입에 있습니다. 검찰과 자유한국당이 종도불종군(從道不從君)의 자세로 관계(關係)를 다 내려놓을 수 있는 큰 용기를 내어 공수처 도입에 앞장서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의로운 검찰, 깨끗한 보수가 바로 설 때만이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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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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