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tvN <최신유행 프로그램>의 한 장면
XtvN
저자는 사례와 자료를 정리해 여성 혐오, 혹은 여성을 비난하려는 남성의 심리가 '군 복무 트라우마'와 '무너진 가부장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청년 남성들이 세대론을 면죄부 삼아 자기 연민에 빠져들었다"라고 비판한다.
자신에게 고분하게 굴며 내조와 살림 등을 맡을 '개념녀'의 환상을 좇고, 이 환상이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과 경쟁하게 될 때 박탈감과 분노에 휩싸이게 됐다는 해석이다. 결국 종합하면 '한국 남자'라는 말을 줄여 '한남'이라 부르는 게 조롱의 의미가 된 건, 이와 같은 사회적-문화적 맥락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맞은편에 선 <한국, 남자>
<한국, 남자>에는 통계와 관련 저서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00만 부의 판매를 기록한 <82년생 김지영>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에 없던 얘기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사실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책 모두 젠더 문제를 통해 오늘날 사회의 현실을 담았다는 점도 닮았다.
말하자면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여성 혐오와 차별을 겪는 한국 여자의 맞은편에 최태섭이 정리한 '한국 남자'가 서 있는 셈이다. 한국 사회의 일부 남성은 '남자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그래서는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한다.
여성 혐오와 차별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을 향해 '나도 힘들다'라고 토로하는 건, 기존의 남성 중심적 질서를 붙드는 결과만 낳을 뿐 결과적으로 상황을 더 나아지게 만들지 못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