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 성과 보고회에서 체험주택 이용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김시연
"아직은 집에서 혼자 자는 게 무서울 때도 있지만, (중략) 제 소원이었던 제 집에 독립해서 자유롭게 살고 있어 정말 행복해요."
서울시 발달장애인 체험형 지원 주택에서 10개월 정도 생활하다 지난 10월 전셋집으로 독립한 김은영(32·지적장애3급)씨의 소감이다. 지난 1년 체험형 지원주택을 거쳐 간 발달장애인 10명 가운데 김씨를 비롯한 6명이 독립에 성공했다. 이들은 독립한 뒤에도 '발달장애인 주거생활지원센터'(아래 주거지원센터) 주거코치들 도움을 받아가며 '부모 없이' 혼자 사는 법을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체험주택 거쳐 간 10명 중 6명, '홀로서기' 시작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선 서울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2년 동안 진행하는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차를 평가하는 성과 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사회복지 전문가들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다수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사업이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이 장애인복지시설이나 부모 보호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고 싶은 동네에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가 숨지면서 낮 시간 돌봄 서비스 등 '발달장애 국가 책임제'를 요구하는 부모들이 어느 때보다 격앙돼 있다(관련기사:
국회 모인 엄마들의 오열 "아이 돌보다 14층에서 뛰어내렸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지난달 어머니가 숨진 뒤 혼자 남은 발달장애인 아들 역시 마땅한 보호자가 없어 가정에 활동지원사를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에 장기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가 정착되면, 이처럼 부모의 갑작스런 사망이나 보호자 부재로 혼자 남은 발달장애인도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날 소감을 발표한 김은영씨 역시 부모가 없는 무연고 장애인으로,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그룹홈'(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다 독립을 원해 지난해 12월 충현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거지원센터를 찾았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마련된 체험형 지원주택에선 독립생활을 원하는 성인 발달장애인 8명이 최대 1년까지 거주하며 독립을 준비할 수 있다. SH공사에서 제공한 임대주택 4채에 각 2명씩 1인 1실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으며, 주거매니저와 주거코치들이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지난 1년 발달장애인 10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12월 현재 7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을 거쳐 간 10명 가운데 6명은 김씨처럼 자기 집을 구해 독립했고, 4명은 1개월에서 5개월 정도 지내다 원래 살던 가정으로 복귀했다.
독립한 이들 역시 주거코치들이 집으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자가형 주거지원' 서비스를 계속 받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양천구와 강남구에서 자기 집에 거주하며 주거지원 서비스를 받은 발달장애인은 24가구다. 이 가운데 18가구는 1인 가구고, 나머지 6가구는 부부, 형제 등 2인 이상 공동거주 가구였다.
"독립 생활 체험 후 우려는 줄고 자신감 높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