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홍영표-김동연-김성태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6일 오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남소연
잇따른 비판에도 현행 선거제도가 30년이 넘게 유지돼 온 데에는 한국당의 반대가 컸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은 결국 거대 정당이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행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톡톡히 누려온 한국당으로서는 선거제도를 손 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그들은 한사코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당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건 지방선거 이후다. 선거에서 굴욕적으로 참패하면서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소선거구제의 무시무시함을 체감한 한국당은 차기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를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당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최상의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인 데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당론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선거제도 개편 의지가 강하다. 민주당이 야3당과 함께 한국당을 압박한다면 정치권의 오래된 숙원이 마침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배경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광역·기초단체장, 의회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민주당은 이후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야3당이 목소리를 높이고 독려를 하고, 천막 농성까지 해가며 압박을 해봐도 무용이다.
의원 정수 확대 문제나 선거제도 개편의 내용과 방법 등과 관련해 국민 여론과 각 당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속내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손해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일 터다. 더욱이 차기 총선을 염두하면 소선거구제는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다. 과거 한국당이 그래왔던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러나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모르는 게 정치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논란으로 경제와 민생 문제가 부각되고,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청와대 기강 해이 등 각종 논란이 잇따르면서 꺾일 줄 모르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멈추고 하락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더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당은 손바람을 내고 있다. 지지율이 오르면서 지방선거 이후 반짝 내비쳤던 전향적인 태도 역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번 해 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탓일 게다.
앞일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호시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골든타임'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이라던 노 원내대표와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던 노 전 대통령의 꿈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머뭇거리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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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빠진 민주당, 멀어지는 노무현·노회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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