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갯가에서 잡은 다금바리길이 53cm, 무게 2kg, 내가 잡은 최대의 다금바리였다.
신병철
상당히 큰 다금바리였다. 제발 줄이 터지지 않기를 빌었다. 얕은 곳으로 끌고 와 파도를 이용하여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50cm는 넘어 보였다. 다금바리로서는 45cm가 나의 최대어였는데, 기록을 경신한 것 같았다. 어제 줄이 터져 못 건져 올린 놈이 이 놈일까?
사실 이 포인트 부근에서 줄이 터뜨려 놓친 게 수 차례였다. 그래서 이날은 준비를 단단히 했다. 시작하기 전 원줄을 많이 잘라내고 목줄도 새로 묶고, 바늘도 꼼꼼하게 완벽하게 묶었다. 목줄 2호줄이 터지지 않았던 것도 이런 대비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어두워졌다. 욕심은 끝이 없다든가. 또 다른 놈을 목표로 낚시를 던지고 밑밥을 친다. 찌밖에 안 보인다. 스멀스멀 찌의 빛이 줄어든다. 휙 챘다.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아무리 당겨도 나오지 않는다. 바위에 낚시 바늘이 걸렸던 것이다. 낚싯대를 직선으로 해서 당겼더니 원줄이 터지고 말았다. 찌도 바늘도 모두 바다에 뺏기고 말았다.
집에 갈까? 아니다. 욕심은 밑도 끝도 없다 했다. 낚시 가방에서 예비 낚싯대를 꺼내 편다. 가방에 있던 머리 랜턴도 모자에 붙인다. 2호대 낚싯대에 목줄이 3호다. 웬만해서는 줄이 터질 일은 없다. 낚싯대 접고 새로 펴는 사이 많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입질이 왔다. 또 엄청남 힘이다. 낚싯대를 잡고 어쩔줄을 몰라한다.
사실 이게 낚시꾼의 로망이다. '낚싯대를 잡고 어쩔줄을 몰라하는 것' 머리 랜턴을 켜서 보니 붉은 고기, 바다의 미녀, 참돔이다. 오랜만에 잡아 보는 참돔이다. 가을 내내 한번도 내겐 잡히지 않더니 이제야 걸렸다. 약간 풀어주다가 곧 감아 올린다. 낚싯대와 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참돔은 항상 두마리가 같이 다닌단다. 그렇다면 남은 놈마저 잡아야지. 욕심은 한없다 했다. 밑밥을 많이 친다. 신산리 앞바당 물고기 다모여라 하면서. 한참을 지나도 소식이 없다. 낚시를 걷어본다.
바늘은 없고 목줄이 엉망으로 엉켜있다. 아마도 바늘이 바위에 걸렸고, 고기가 물었고, 고기는 힘껏 버둥거리다가 그 강한 줄이 바위에 쓸려 끊어지고 말은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 고기는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