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25주년을 맞아 열린 전통혼례식에서 집사가 신랑에게 술을 따르고 있다.
신영근
그러나 이들 부부는 비록 서양풍속이라 하더라도 의미 있는 25주년을 보내기 위해, 서산 해미향교에서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전통혼례를 올렸다. 이를테면 리마인드 웨딩인셈이다.
4일 오후 해미향교에서 전통혼례와 똑같이 은혼식을 올린 주인공은 서산시에 사는 김명환(49), 이경희(46) 부부로, 어린 나이였던 지난 1994년에 결혼식을 했으며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특히, 은혼식은 물론이고 전통혼례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으로, 해미향교에는 이들을 축하해주기 많은 친구들이 참석했다.
이뿐만 아니다. 전통혼례를 올리기 위해 이들 부부는 새신랑, 신부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특히 신부는 곱게 화장을 하고 연지곤지를 찍고 족두리를 쓰고 수줍은 듯 등장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열린 결혼 25주년을 기념하는 전통혼례식 영상이다.
이날 해미향교 명륜당에서 열린 전통혼례는 유교식 혼례 절차에 따라 ▲신랑 신부가 대면하는 '상견례' ▲혼인 25주년 축하 맞절인 '교배례' ▲하늘과 땅에 맹세하는 '천지례' ▲ 서약을 받아들이는 '배우례' ▲ 신랑과 신부가 청실홍실로 묶은 표주박에 든 술을 서로 마시고 하나가 된다는 '근배례' 등으로 백년해로를 기약했다.
이날 전통혼례를 축하해주기 위해 이곳을 찾은 장경훈 씨는 "지난 25년도 잘 살아왔듯이 앞으로의 50년도 더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며 "전통혼례로 진행된 두 분의 은혼식을 축하하며, 오늘 늦둥이 하나 낳으라"는 말로 덕담을 전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전통혼례로 진행된 은혼식이 지루할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은 빗나갔다. 그동안 삶의 연륜이 묻어나듯 이들 부부는 혼례 중 따라주는 술을 단숨에 들이켜는가 하면,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가며 이곳을 찾은 하객들을 즐겁게 했다.
1시간여의 전통혼례를 마친 후 해미향교를 찾은 친구들과 직장동료들은 준비한 음식과 술잔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