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의 이해찬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1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남소연
'한국 남자들, 베트남 여자 선호'... 여성이 물건입니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한국 사회 이주민을 바라보는 권력의 시선, 인식의 천박함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가 지난 3일 친딩중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입에 올린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이야기가 그렇다.
이날 이 대표는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친딩중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베트남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투자국이다. 베트남은 남북 동시수교국이자, 북한의 전통적 우방으로 한반도 평화정책에 중요한 당사자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여당 대표의 만남은 이상할 게 없다.
이 자리에서 친딩중 부총리는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한 뒤, '한국과의 관계는 아주 특별한 관계'라고 했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여성을 상품화 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몰이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현근택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야당의 말꼬리 잡기 식 비판이 너무 과하다"라며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 27.7%를 차지해 1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친딩중) 부총리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실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10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체류외국인은 237만 명이다. 그 중 베트남 국적 결혼이민자는 4만 2천 명으로 여성이 95%(4만)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러한 통계를 알고 있어서 말했다기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그의 인식을 드러냈다고 보는 게 맞다. '베트남 여성들을 선호하는 편'이라는 발언은 한국사회 기득권 남성들이 갖고 있는 인식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캄보디아, 필리핀 국적 여성들과의 결혼 과정에서 불거졌던 인신매매와 인권침해 논란은 대한민국이 회피해선 안 될 부끄러운 일이다. 일반적인 한국인들은 원정 성매매로 물의를 일으키는 남성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부끄러워한다. 반면, 결혼에 이르면 남성뿐만 아니라 이주여성까지 비난한다. 이런 이중성은 '여럿 중에서 어떤 것을 특별히 좋아함'을 뜻하는 '선호'라는 단어에 그대로 묻어있다. 결혼이주여성을 마치 '골라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