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원생 노동조합지부 고려대분회 문민기 분회장
문민기
- 강사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정된 건가요?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서정민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법령상의 미비점으로 인해 대학 당국은 물론 당사자인 강사들 역시 법 시행을 반대해 지금까지 몇 차례 유예된 바 있습니다. 개정된 법안은 강사대표(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대학강사노조)와 대학대표(대교협, 전문대교협, 교무처장협의회), 그리고 국회 추천 인사들이 18차례 회의하여 합의한 것입니다. 대학 당국에서도 강사법 개정에 동의했고 이를 내실있게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 현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만, 일련의 사태를 설명해 주시지요.
"대학 측에서는 강사법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하려고 합니다. 대학이 이윤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교육을 포기하는 행태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사법 시행 대책을 마련한다면서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 어느 대학들이 그런 움직임을 보이나요?
"서울에 있는 규모 있는 대학에서 먼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대학 가운데 규모가 있고 상대적으로 재정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대학들이 먼저 나서서 시간강사들을 해고하려는 겁니다. 이것을 기준 삼아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강사법이 대학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하나요?
"선후관계를 분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강사법이 대학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구조조정 대책이 마련된 것이 아닙니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거기에 핑곗거리로 삼은 것이 강사법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고려대학교에서는 강사법 시행으로 약 50억 원이 추가로 부담된다며 이를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간강사들의 '시간강의료'가 전체 학교의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 정도인가요?
"2017년 기준으로 '시간강의료'는 서울, 세종, 의대를 다 포함해서 101억 원 정도입니다(서울 83억 원, 세종 16억 원, 의대 1억 6천만 원). 이는 등록금 수입과 비등록금 수입 6553억 원 중 1.55%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강사료는 등록금 회계에서 부담하는 등록금 수입 3545억 원으로 따져봐도 2.87%입니다. 강사들이 담당하는 강의 비율을 고려한다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 그렇다면 강사들의 임금과 총수입을 고려할 때 이 추가지출이 학교의 재정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 고려대에서는 추가로 최대 55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학교 전체 수입의 0.8%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는 최대치로 잡은 수치로, 필요한 예산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서 고려대 측 대응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등록금 수입으로만 따져보아도 2%가 되지 않는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을 빌미로 수업의 20%를 줄이고, 졸업이수학점의 7%를 줄이겠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 현재의 강사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전체 시간강의료를 강사들의 숫자로 나누어 보면 1인당 평균 강의료는 1년에 800만 원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수치를 확인한다면 현재의 강사료가 말도 안 되게 적게 책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 말하는 부담이 강의를 줄이면서까지 대응해야 할 정도인지 의문이 듭니다."
"대학과 시간강사를 고용-피고용 관계로만 볼 수는 없어"
-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현재 교육부에서는 강사법 시행에 대비하여 대학 측에 재정 지원을 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학도 이처럼 급한 예산이 투여될 때 활용하기 위한 기금이 있을 겁니다. 대학이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므로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 고려대는 과목개설검토위원회를 설치하여 강의개설 자체를 본부에서 통제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인가요?
"학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이름의 전공/교양과목일지라도 그 세부적인 내용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현재 고려대에서는 비슷한 이름의 과목을 통폐합하겠다고 합니다. 과목개설검토위원회는 학과에서 필요한 수업을 새로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거로 분석됩니다. 이는 강사들의 강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됨을 의미합니다."
- 그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각 학과에서는 새로운 연구성과를 전달하기 위해 새로운 수업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그때 과목개설검토위원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로 보이는데, 이는 학문의 자율성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학계의 최신 성과를 접하고 싶은 학생들 처지에서도 답답할 겁니다."
- 강의 개설을 본부에서 통제하는 정책이 학생들뿐만 아니라, 본부와 견해 차이가 있는 일부 학과에 강제성이 행사되는 현상도 우려됩니다.
"그렇게까지 바라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학 본부에서 학과의 신규 과목 개설을 통제 및 허가한다는 방침은 본부 지침에 잘 따르는 학과에 편의를 보장해 준다는 뜻 아닌가요. 본부 지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학과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심산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 이번 사태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대학은 기본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기업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학부생들은 당연히 질 높은 강의를 듣고, 기본적인 교육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강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대형강의가 늘어나면 분명 교육의 질이 떨어집니다.'
- 시간강사는 대학이 비용절감을 하면서 만들어진 배경이 있습니다. 이제는 학교가 강사법마저 피해 가려는 현실이지 않습니까?
"강사들도 대학에서 육성해야 할 연구자들입니다. 대학원생이거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강의를 하는데, 이들은 강사임과 동시에 학문 발전에 일조하는 연구자들입니다.
강의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학문 성과를 학생들과 소통하는 행위입니다.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학생들로부터 자극을 받아 새롭게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대학과 시간강사를 단순히 고용-피고용 관계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강사들을 해고하겠다면 '연구자를 육성하여 학문 생태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의무'를 대학이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새 강사법 관련 논의는 대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