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기관의 느닷없는 탈락... 울산 다문화센터 위탁 선정 논란

2010년부터 위탁한 기관 대신 '도시재생' 전문 기관에 맡겨, 탈락 기관은 검찰 고발 예고

등록 2018.12.19 18:32수정 2018.12.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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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 4억여 원을 지원하고 시비, 구비가 보태져 운영되는 울산동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아래 센터)의 위탁 운영자(기관) 선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가족부로부터 기관 선정을 위탁받은 울산 동구청이 내년 1월부터 센터를 운영할 새로운 위탁기관을 선정하면서 지난 9년간 운영해오던 기존 다문화전문기관을 별다른 이유없이 배제하고 도시재생 전문업체를 비공개 심사를 통해 새 위탁기관으로 결정한 것.

특히 위탁기관 선정과정에서는 경쟁하는 양측 센터장이 같은 사람이며 제안서 내용도 비슷해 탈락한 기관이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고발 등을 예고했다. 심사 점수에서 센터장 부분이 큰 점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울산 동구청이 낸 울산동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아래 센터)의 위탁 운영자 위탁공고. 운영자 선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잇다
울산 동구청이 낸 울산동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아래 센터)의 위탁 운영자 위탁공고. 운영자 선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잇다박석철

센터장도 동일, 제안서도 동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위탁받은 울산 동구청은 지난 2010년부터 3차례 심사위원 선정을 거쳐 (사)울산광역시아름다운다문화가정공동체(아래 다문화가정공동체)를 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했다. 다문화가정공동체는 이후 여성가족부 심사에서 2연속 S(최우수)등급을 받아 장관상을 수상한 만큼 이번에도 센터 운영기관 선정이 순조로운 줄 알았다.

문제는 동구청이 3년 기간의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기 위해 심사를 하면서 불거졌다. 동구청은 운영기관 신청을 한 두 곳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29일 오후 2시부터 동구청 2층 상황실에서 제안서 발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 위탁기관인 다문화가정공동체의 발표자인 강아무개 센터장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며 발표를 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부랴부랴 법인 사무국장이 발표했다.

A기관 발표 후 두번째 발표자로 문화가정공동체가 나서자 심사위원들이 "신청한 두 곳의 센터장이 같은 사람이다.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또한 "앞에서 발표한 A기관 제안서 내용과 귀측 것이 같은데 알고 계신가요?"라고 물었다. 


다문화가정공동체는 그제서야 현 센터장이 위탁운영자 경쟁상대기관의 센터장에도 이름을 올린 것을 발견했다. 이에 심사위원들에게 "알지 못한다. 우리는 두 달을 준비했다. 자료를 A 기관이 도용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다문화가정공동체 측은 울산 동구청에 "지난 2개월 가량 공들여 만든 자료라 명백한 허위도용"이라며 상대쪽 자료를 보자며 항의했지만 동구청은 "비공개라 알려 줄 수 없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명백한 업무방해... 여가부가 진상조사해야"

돌아가는 사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다문화가정공동체 측은 지난 12월 1일 법인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진상위원회는 "이같은 일들은 명백한 업무방해이며 정보유출을 한 것으로 보이므로 현 센터장과 동구청 등을 상대로 진상 조사를 할 것"을 결정했다.

진상조사위는 3일 오전 9시쯤 동구청 담당부서인 사회복지과를 방문해 이같은 내용에 대해 질의하자 담당과장과 계장은 "이는 센터장 본인이 알아서 한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두 기관 자료가 같은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심사위원들과 다른 말을 했다. 특히 동구청은 심사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양측의 자료와 기관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4일 오전 10시부터 울산 남구 삼산동 다문화가정공동체 법인사무국에서 열린 진상조사위에 강아무개 센터장이 출석했다.

진상조사위는 "왜 양쪽 자료가 같나?  강 센터장 이름이 왜 양쪽 기관에 모두 있나"고 물었다. 이에 센터장은 "왜 그걸 내게 묻나"고 답했다. 이어 양쪽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동구청에서 센터장을 유임한다고 했다"고 하며 울면서 뛰쳐 나가 진상조사는 중단됐다.

울산 동구청은 지난 7일 심사 결과 '사단법인 맑은도시(A기관)'가 울산동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3년간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지역 다문화 관련기관 사이에서는 '맑은도시'가 다문화사업과 관련해서는 생소한 이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검색 결과 이 기관은 지난해 울산 동구청과 방어진항 도시재생사업 상호협력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동구청이 센터위탁기관 운영자 모집공고에서 신청자격을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다문화가족 지원 관련 비영리 법인'이라고 명기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문화가정공동체 측은 "우리는 처음부터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순수한 봉수단체, 매년 2천만 원 가량의 자비를 들여 순수한 봉사정신으로 다문화 가족들을 지원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운영자 선정을 보면 백주대낮에 강도를 만난 듯한 억울한 심정이다. 여성가족부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구청 "심사 공정... 법적으로 문제 없다"

이에 대해 울산 동구청 측은 19일 "심사는 공정하게 진행됐고 양쪽 센터장이 같은 것에 대해 자문을 의뢰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났다"고 밝혔다.

센터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맑은도시 측은 "발표 자료가 비슷하다는 말은 처음 듣는 것이다"면서 "센터장은 승계할 수 있다고 하길래 우리쪽에도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도시재생을 전문으로 하지만 오랜동안 다문화가정과 관련한 일들을 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 동구청은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말 울산 동구 '남목2동'이 '도심 속 생활문화의 켜, 골목을 재구성하다'라는 주제로 신청한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사업'에 최종 선정돼 사업비 67억 원 중 33억5천만 원을 국비로 지원 받게 됐다.
#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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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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