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주최 토론회 참석한 김순례 의원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주최로 열린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사립유치원 개혁법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행태 역시 한유총의 집단 행동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박용진 3법'을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은 자체의 별도 법안을 만들어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태다.
당초 '박용진 3법'에 맞서 한국당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대체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JTBC는 29일 한국당이 한유총이 주장해왔던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는 내용을 자체 법안에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의 한유총 편들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4일에는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한유총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홍문종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박용진 3법'과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성토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해서 법이 잘못된 거지 여러분이 잘못한 게 뭐가 있나"라며 한유총을 두둔했고, 김순례 의원은 "정부가 여러분들에게 박해를 가하고 있는 것은 우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동냥자루 내 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립유치원 개혁법안이 공전하고 있는 것이 한국당이 한유총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유총을 감싸고 돌면서 사립유치원 개혁법안 마련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한국당과 한유총 사이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로비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공개된 이후 사립교육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2~23일 이틀간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4.5%)한 바에 따르면, '박용진 3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것에 80.9%가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지지층에서도 63.2%가 '박용진 3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사기관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를 축소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뜨겁게 분출됐던 분노를 감안하면 사립유치원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가히 압도적이라 해도 무방할 터다. 당초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추진 중이던 한국당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립유치원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 의원의 폭로가 터져나오기 이전에도 유치원 운영과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문제는 국공립 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의 경우 회계를 감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내놓은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 방안은 한유총의 집단휴업 움직임에 가로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허술한 법과 제도, 관련 당국의 느슨한 대응,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한유총의 거센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오늘의 이 사달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다.
비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이 전격 공개된 이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박 의원은 비리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박용진 3법'은 사립학교 비리 근절에 대한 그의 굳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국 역시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한유총은 달라진 게 없다. 아이들과 학부모를 볼모로 삼아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총 주변에 한국당의 모습이 어른거린다는 사실이다.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반성은커녕 또다시 '집단 폐원' 카드를 꺼내든 한유총, 그리고 속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는 한국당의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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