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기소 피한 KB금융 회장... 노조 "재수사해야"

1심 재판부 "채용팀장, '회장님 각별히 신경' 적힌 메모 받아"

등록 2018.11.30 12:14수정 2018.11.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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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KB국민은행 채용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소 칼날을 피해갔지만 이후 직원들의 재판과정에서 윤 회장의 주장과 엇갈린 진술이 나오면서 노조가 재수사를 촉구했다.

30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아래 국민은행 노조)는 "검찰이 주장했던 윤 회장의 불기소이유가 1심 재판과정에서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노조는 "윤 회장을 구속 기소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위반으로 기소된 오아무개 인사팀장, 이아무개 전 부행장, 권아무개 HR(인적지원관리)총괄 상무에게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민은행은 청탁을 받은 지원자들의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특혜를 제공하고, 남성지원자들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여 여성지원자들을 탈락시킨 혐의를 받았다. 다만 앞서 검찰은 윤 회장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국민은행 노조는 "검찰에서 윤 회장이 비서실을 통해 청탁지원자 명단을 채용팀에 전달하고, 채용팀 직원들이 일부 청탁지원자·남성지원자의 성적을 조작해 합격시킨 사실은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윤 회장이 청탁지원자들의 명단을 전달할 때 합격여부를 알려달라는 취지였고, 성적을 조작해서까지 합격시키라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해 불기소 처리됐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그런데 이후 1심 재판과정에서 채용팀장이 '채용시기·인원은 은행장 결재사항이고, 각 전형단계별 결과를 은행장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것이 노조 쪽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국민은행 채용비리 혐의를 수사했는데, 당시 윤 회장은 국민은행장 직무도 함께 맡고 있었다.

더불어 노조는 "재판부는 공식적인 합격자 발표 이전에 미리 합격안내를 받으려고 하는 것 또한 청탁임을 분명히 했다"며 "윤 회장이 기소되지 않고, 처벌 받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규탄했다.

재판부 "채용팀장, 지원자 이름과 '회장님 각별히 신경' 적힌 메모 받아"


또 이날 국민은행 노조가 공개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오 팀장은 당시 인력지원부장이었던 권아무개씨로부터 청탁지원자 김아무개씨에 대한 메모를 받았다. 여기에는 '회장님 각별히 신경'이라는 메모가 적혀있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겨있다. 노조는 "윤 회장이 부행장을 통해 인력지원부장에게 전 사외이사 아들의 이름이 적힌 청탁메모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판결문의 일부다.
 
"오 팀장은 지원자 김아무개를 합격시키라는 것이 KB금융지주 회장 및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던 윤종규의 지시이자, 자신의 인사평정권자인 피고인 권아무개의 지시라고 인식했다. 그는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 및 보직 등 각종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김아무개를 합격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은행을 대신해 채용비리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께 사죄 드린다"며 "윤 회장이 채용비리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는 날까지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윤종규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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