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2.18안전문화포럼이 ‘한국의 재난보도는 보도재앙이다’라는 구호 아래 2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서영지 <한겨레> 기자, 황진우 <단비뉴스> 편집국장, 이연 선문대 교수,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박태우 <경향신문> 기자,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임지윤
위험사회 부추기는 한국의 재난보도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인공위성에서 밤에 본 지구 사진과 전세계 항공기 운항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레이더 영상을 통해 지구가 재난과 사고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지구 사진에는 수천 곳에서 발생한 산불 등이 잡혀있었고, 레이더 영상에는 1만대가 넘는 비행기가 떠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원장은 대구지하철참사와 천안함·세월호참사 때 학생을 비롯한 서민과 수병이 주로 희생된 통계를 제시하며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이 전세계 또는 OECD 국가 중에서 나쁜 것은 1위, 좋은 것은 꼴찌 수준인 '연간노동시간' '저임금노동자비율' '노인빈곤율' '독주소비량' 등 11가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우리가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영국과 일본 언론의 재난보도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영국의 BBC 등은 속보보다 정확성에 중점을 두고 차분하게 보도하는데 우리 방송은 속보에 치우치고 앵커가 더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그렌펠타워 화재사고를 보도하는 BBC 영상을 보여주면서 "사고는 후진국형이지만 사고 첫날 과학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심층보도를 하는 등 보도는 선진국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피해자의 신상노출을 일삼는가 하면 영웅과 희생양을 만드는 보도가 하나의 관행이 되고 있으며 대형 사고 뒤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피투성이 사진을 크게 쓴 영국 신문 <가디언>과 <인디펜던트>를 보여주며 "한국 언론학자들은 '피투성이 사진을 보여주는 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말하지만 인류 최대의 재난인 전쟁의 경우 참혹한 현장을 보여줘야 그것을 멈추게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