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빌딩 안에 갇힌 채 울고 있는 길고양이.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강주원
자기를 발견해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우리가 다가가자 얼룩무늬 고양이는 더 애처롭게 울기 시작했다. 우리는 빌딩에서 고양이를 꺼내기 위해 문을 열려고 노력해보았지만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두꺼운 문은 열리지 않았다.
혹시라도 건물에 사는 누군가가 들어올까 한참을 문 앞에서 기다렸지만 30분 정도가 흘러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고양이가 있는 복도의 방 창가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고양이의 울음소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동네 아주머니께도 사정을 설명하며 혹시 건물의 집주인분을 아시냐고 여쭤봤지만, 모른다는 대답과 함께 "고양이가 춥고 배고파서 사람 따라 들어갔다가 갇혔나 보네~ 알아서 나올 테니까 내버려 둬~"라는 말고 함께 가버릴 뿐이었다.
지금 이 길거리에서 건물 안에 갇힌 이 고양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나와 그 후배, 두 사람뿐인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20분가량을 더 기다려보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서 결국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의 야옹거리는 소리가 한참을 귓가에 울렸다.
그 후, 며칠 뒤에 다시 그 근처를 지나는데 그때 봤던 얼룩무늬 고양이가 내가 자주 가는 닭강정 가게 앞에 앉아있는 게 아닌가? 눈이 동그란 것이, 분명히 그때 그 길고양이었다. 무사히 빌딩에서 탈출해서 밖을 돌아다니는 모양이었다. 바로 옆에는 누군가가 밥을 챙겨줬는지 사료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한번 마주쳤었다고 괜히 신경이 쓰여서 아는 척하면서 다가갔더니, 이미 사람 손이 꽤 익숙한 듯 다가와서 얼굴이랑 몸을 다리에 비비기 시작했다. 퍽 애교가 많은 모양이었다. 이 근처가 이 길고양이의 구역인 듯,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 고양이에게 아는 척을 하면서 지나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