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권우성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주최한 한국경제 정책세미나가 파행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진행된 세미나는 당초 금융과 재벌, 조세재정 등 세 가지 핵심 부문에 대해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첫번째 주제인 '금융시스템의 개혁과 금융시장 효율화' 부문이 전격 취소됐다. 주최 쪽이 이 주제 발표자였던 전성인 교수(홍익대 경제학과)의 발제 내용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22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KDI 쪽에서 어제(21일) 저녁에 발제 내용 가운데 특정 부분을 문제 삼아 해당 부분을 빼고 발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개혁의 액션플랜을 빼고 발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KDI의 요청을) 거부했다"면서 "이 때문에 오늘 세미나 발제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KDI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전 교수의 발제 내용 가운데 특정인물에 대한 인사관련 부분 등이 언급돼 있어, 해당 부분에 대해 (전 교수와) 상의했었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 자료요약본까지 배포해놓고...
KDI는 발표 전날인 21일 오후 언론사에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전 교수가 금융발전 지체의 원인이 금융감독의 후진성이 있음을 살펴보고, 금융감독의 선진화를 위한 장단기 정책과제와 액션 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발표 요약본을 공개하며 "우리나라 금융 발전 지체는 상당 부분 금융감독체제의 후진성 때문"이라는 발제 내용도 미리 소개했다. 이어 금융감독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금융감독 체계의 개편이며, 금융위원회의 완전한 해체가 필요하다는 전 교수의 주장도 함께 실었다.
이처럼 KDI는 전 교수의 금융개혁 발제 내용을 사전 공개했음에도, 정작 발표 직전에 특정 부분을 문제 삼아 발표가 무산됐다. 전 교수는 "KDI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금융위 해체를 위한 액션플랜"이라며 "최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담당했던 증권선물위원장인 금융위 부위원장을 경질하고, 향후 금융위원장도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전 교수가 이날 세미나가 시작된 후, 기자들에게 공개한 발표 자료를 보면 이같은 액션플랜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그는 "모든 정권은 관치금융이 주는 '달콤한 마약'에 쉽게 중독되어 개혁의 추동력을 상실했다"면서 "관치금융 청산만이 금융패러다임, 금융개혁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금융개혁의 핵심은 금융위 해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