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학회가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개최한 '경제패러다임 전환과 한국경제의 미래 정책세미나'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 등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조선혜
재벌중심의 경제블록화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임금불평등도 악화됐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현대모비스의 수익이 100이라면 1차 하청기업의 수익은 60, 2차 하청기업 수익은 그것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지고 임금도 함께 감소하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게 되면 기업 격차 심화로 인한 청년실업, 이른 퇴직, 자영업 몰락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 부문에서 양질의 민간일자리를 100만 개 이상 창출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뺏을 경우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그는 주주총회에서 일감몰아주기, 총수 자녀의 임원 임명 등에 대해 개인투자자 등 비지배주주의 동의를 얻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 대기업이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와 주요 실물회사를 동시에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분리'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유통업자의 착취와 하청 기업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수요독점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한가지 산업이 한 기업에만 몰리는 수요독점을 막아야 경쟁이 활발해지는데 단가 후려치기 등도 독점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주의자라면 재벌개혁 말해야"
이어 토론에 나선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제조업 위기의 원인이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박 교수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과연 직접적인 혁신으로 연결될지는 의문"이라며 "총수의 경영 지배력 약화도 필요하지만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도 "정부 주도의 재벌 중심 성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재벌 경제력 집중의 해소를 위해 기업집단을 해체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는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은 기술혁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금산분리 등은 결국 재벌축소 전략인데, 하향평준화를 피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박상인 교수는 "경제력 집중은 많은 자원을 특정 개인이 통제하면서 생기는 문제"라며 "재벌개혁은 친시장적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을 시장주의자라고 소개하면서 재벌주의를 말하는 이들이 한국 경제에 너무 많다"며 "시장경제를 말하자면 재벌개혁을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축사에 나선 김현철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선 '개종(종교를 바꿈)'에 버금가는 정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개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패러다임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면 한국 경제에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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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멈춘 한국 경제, 재벌 탓인가 정부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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