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에서 있었던 사건을 삽화로 그린 그림
한종선
-문무일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그 소식을 듣고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인권 유린, 만행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건 발생 30여년 만에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당시 강제노역 현장을 본 순간, 감금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그때는 수천 명이 수용됐는지 몰랐지만, 수십 명의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고 큰 나무 몽둥이를 든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보는 순간 범죄 현장임을 직감했다. 이 일의 책임자는 구속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중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저의 법률적 판단을 하급심 법원만 인정했고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30여 년이 지나 대검찰청이 비상상고를 신청하고 대법원이 다시 심리를 한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정말 만시지탄이다."
- 수사 과정에서의 방해,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형제복지원 시설을 비롯해 당시 부랑인수용시설은 전두환 정권이 만들었다고 봐야한다. '대한민국은 사회복지가 잘돼있다', '거리에는 부랑인, 거지가 한 명도 없다'라는 게 전두환 정권이 내세운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개 검사가 '사실은 부랑인과 거지를 감금시켜놓고 인권유린,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수사 결과로 알린 것이다. 당연히 정권에서는 검사의 수사를 좌절시키려고 했다.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수사를 조기 종료 시키는 등 압력은 쉴 새 없이 왔다."
- 당시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을 거칠수록 형량이 10년에서 4년, 3년, 2년 6개월로 줄었다.
"무력감보다는 분노했다. 당시 1심 법원이었던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법관들은 유죄라고 판단했다. 징역 10년, 벌금 6억 8천을 선고한 것은 구형과 수사 내용에 비춰봤을 때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울산지원 법관들이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었다. 그 후 사건이 대구고등법원으로 갔다. 특수감금을 유죄라고 판결하면서도 형량을 징역 4년, 3년, 2년 6개월로 줄였다. 이는 크게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드러났던 인권유린 행위, 업무상 횡령 혐의만으로도 징역 4년, 3년, 2년 6개월은 지나치게 가벼운 것이다.
그래도 제 법리적 판단이 옳다고 1, 2심 법원은 수용해 유죄 판결을 했다. 대법원만이 제 판단을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당시에 왜 그랬을까. 순수하게 법리적 판단으로 무죄가 맞다고 판단했다고 보지 않는다. 전두환 정권을 법률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법리를 왜곡했다고 생각한다. 전두환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 것이다. 잘못된 판결을 한 것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죄를 지은 것으로 반성하고 회개를 해야 한다."
- 사법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당시 대법관들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나라의 법관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한 적이 거의 없어서 할지 모르겠다."
검찰 지휘부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