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 당일 노회찬 의원을 떠나 보내고 있는 국회 청소 노동자들.
민주노총
마석 모란공원으로 향하는 노회찬의 마지막 길을 국회에서 배웅한 이들은 여성청소노동자들이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새벽 어스름 잠을 떨치고 일어나 강남의 빌딩을 청소하러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시내버스로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고단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아무도 모르게 귀가하는 여성노동자들을 어머니나 아줌마가 아닌 노동자로 호명한 노회찬. 3월 8일 여성의 날이면 국회 여성청소노동자들에게 잊지 않고 장미꽃을 14년째 선물해온 노회찬. 국회사무처가 공간 부족을 빌미로 여성청소노동자들의 휴식공간을 없애려고 했을 때 스스럼없이 자기 사무실을 함께 쓰자고 했던 노회찬. 오가다 만난 청소노동자들을 그냥 지나치는 일 없이 때마다 살갑게 인사 나눈 노회찬. 투명인간으로 취급받아온 여성청소노동자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대한민국 진보정당을 가져가자던 노회찬.
눈시울 적시며 바로 그 노회찬의 마지막 길을 가슴으로 배웅해준 여성청소노동자들이 또 다른 노회찬들이었다.
바보 전태일과 바보 노회찬
정규직 재단사로 비정규직인 '미싱보조 시다'들을 위해 한몸 바친 바보 전태일처럼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정규직화를 쟁취한 KTX 승무원 복직 축하 인사를 마지막 공식 발언으로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나간 노회찬도 바보다.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 바보 전태일과 바보 노회찬은 동지로 함께 잠들어있다. 두 사람이 만나면 무슨 대화를 나눌까. 자기를 헌신한 바보들의 행진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인간다운 공동체로 진전돼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자취는 우리가 휘청거리거나 힘겨울 때마다 희망의 근거로 우리를 다독이고 있다.
노회찬이 남긴 10년 넘은 양복 두 벌과 낡디 낡은 구두 한 켤레. 선진국 그룹인 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에서 배제당하고 차별받고 홀대당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처지가 노회찬의 삶을 통해 다시 투영되고 환기된다. 허울이 아닌 실질적 삶의 질의 개선.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살 만한 사회. 촛불민심이 갈망한 불평등 극복은 노회찬이 가장 소중하게 여긴 정치하는 목적이기도 했다.
바보 전태일이 유신독재의 서슬퍼런 암흑 속에서 노동문제를 한줄기 빛으로 제기했다면, 바보 노회찬은 21세기 한국사회의 최우선 선결 과제인 비정규노동 문제 개선과 해결을 유지로 남긴 셈이다.
촛불항쟁이 있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은 고통스럽고 암울하다. 어쩌라고?
지금 제각각 자기가 선 자리에서부터 추모를 넘어서서 노회찬을 되살려야 한다. 1100만 비정규직 시대, 촛불항쟁으로 들어선 정부가 씨름하고 있지만 여전히 난망한 불평등 문제 해결을 진정성 있게 해나가려면 노회찬 정신을 되살리고 북돋아야 한다.
노동존중시대 사명을 응시하며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한' 노회찬의 삶이 우리에게 던진 화두를 붙들어야 할 때다. 오늘 새삼 노회찬을 떠올리는 이유다, 여성청소노동자를 비롯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그 날, 노회찬 동지도 하늘에서 빙긋이 미소지을 것이다. 이미 도처에서 노회찬은 되살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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