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은행> 최환 대표가 버섯 배지를 들고 있다
미추홀구
빈집 열일곱 채를 수리해 농장으로 만들었다.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 수리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았다. 단열과 방수, 환기 시설 정도만 새로 설치해도 충분했다. 소독도 말끔하게 했다. 이를 도맡아 꾸려갈 주민을 모집했다. 열일곱 명 선발에 60여 명이 지원했다. 은퇴자, 경력단절여성, 소일거리를 찾던 노인 등 다양한 이들이 면접을 통과해 '스마트농장'을 꾸리는 개인사업자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지난 9월, 버섯 종균을 심은 배지 200개가 사업장마다 들어찼다. 추석 직전 출하가 목표였다. 초보 '농장주'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꽤 좋은 버섯을 키워냈다. 버섯은 시기에 맞춰 적절하게 잘 자라주었고 첫 수확물은 판매 당일 '완판'되었다.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공무원과 주민들이 좋게 봐 주시고 구매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죠. 농장주 분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희망도 생겼고요."
지금은 매달 정기적으로 이들의 버섯을 주문해 먹겠다는 소비자도 생겼다. 버섯 가격은 시중의 같은 품종보다 조금 낮거나 비슷한 정도.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선한 버섯을 주민에게 바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막 딴 버섯은 향기가 정말 진해요. 그냥 먹어도 맛있어요. 주민들도 이 점을 가장 좋아하셨죠."
이 성과로 지난 10월 행정안전부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사회혁신분야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성공적인 출발에 탄력을 받아 매해 20채씩 버섯농장을 늘려갈 계획이다.
버섯농장에서 시민자산화까지
허나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버섯 중에서도 표고버섯은 방사성물질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키운 버섯을 믿고 먹을 수 있을까. 최 대표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표고버섯이 방사성물질을 흡수하는 거 맞아요. 그런데 어디서 흡수를 하느냐 하면 배지(나무토막)을 통해서 해요. 그만큼 배지가 중요해요. 중국에서 농약을 많이 친 과일나무가 우리나라에 배지로 수입되고 있고 실정이고, 일본산 배지도 많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법은 이렇게 수입한 배지에 키운 버섯에도 국산으로 표기할 수 있어요. 국내에서 키우면 다 국산이 되는 거예요. 저는 이게 큰 문제라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국내 배지만 사용해요"
가격은 국산 배지가 3분의 1정도 비싸다. 그래도 "나와 내 가족, 이웃이 먹을 건데 최대한 안전한 게 우선"이라 생각한단다. 농약도 사용하지 않는다. 국립농산물관리원에 친환경농산물인증 신청도 해 둔 상태다.
농장이 늘어날 예정인 만큼 안정적인 판로를 개척하는 것은 그에게 또 다른 숙제다.
"현재 프리마켓이나 지인을 통해 판매하는데 생산한 양만큼 대부분 팔리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사업을 늘려가려면 판로도 있어야 하죠."
그의 바람은 인천의 무상급식을 하는 학교에 이들이 키운 버섯을 납품하는 것.
"단가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급식에 우리 버섯을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지역 생산자가 키운 신선한 버섯을 아이들이 먹고, 생산자는 지속적으로 좋은 버섯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수익이 다시 우리 지역에서 쓰이니까 자연스러운 선순환이 이어지는 거죠."
그의 시선은 버섯농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꿈은 조금 더 멀리 있다. 빈집은행은 미추홀구청과 함께 빈집 매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시민자산화' 운동이다. 시민자산화의 핵심은 지역 자산을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이 지역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로 있지만 누군가에겐 너무나 절실한 공간이에요. 누구든 집이 없으면 제대로 살 수 없으니까요. 이 마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이 모여서 집 가꾸면서 같이 잘 살아보자는 거예요. 큰 게 아니에요."
그의 크지 않은 바람이 지역에서 어떻게 현실화할까.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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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고민하던 청년, 빈집을 버섯농장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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