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을 미리 작성해 본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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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과제에 몰입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정말 50세라도 된 것처럼 유언을 적어 나갔다. 미래의 나의 자녀와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도 굉장히 많았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과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찰나, 교수님이 왜 하필 나이를 50세로 가정하라고 했는지 궁금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교수님은 대학생들의 부모님이 대부분 50대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나의 부모님 역시도 50대이고, 나의 부모님이 몰입해서 유언을 작성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다. 부모님이 금방이라도 나의 곁을 떠날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스쳤다.
"엄마는 너희 때문에 살아."
"죽을 때까지 자식 걱정하는 게 부모 마음이야."
그리고는 나의 부모님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나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우리 엄마, 아빠 많이 힘드셨겠구나..."
'역지사지'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그만큼 사람들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유언을 작성하면서, 처음으로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 같다.
나의 부모님은 올해로 16년째 같은 자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계신다. 때가 되면 테이블의 연탄을 갈아야 해서 새벽 5시는 돼야 집에 들어오신다. 집에 들어와서는 막둥이 학교 보낼 준비하랴, 아침 준비하랴 바쁘시다. 부모님은 우리 삼 형제를 위해서 이런 삶을 사셨고, 지금도 살고 계신다. 나는 부모님에게 너무나 감사하고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리라 굳게 다짐했다.
유언을 미리 작성해 본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부모님의 노고를 다시 한 번 가슴속에 새길 수 있었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언을 미리 작성해봤으면 한다. 물론, 내가 유언을 작성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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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을 미리 썼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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