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 조선중고급학교 창립 70주년 행사기념공연. 중급부 무용부의 '제자리~단 하나의 이역의 걸상'
이두희
공연이 끝나고 운동장에서는 기념축전이 진행되었다. 기숙사 건물 앞 쪽에 설치된 무대를 중심으로 운동장 한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는 참석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양 옆으로는 수십 개의 먹거리 장터가 열려 커다란 잔치 마당이 되었다.
기념행사에 참석한 학부모를 비롯한 방문객들은 먹거리 장터에서 푸짐한 먹거리를 사 가지고 와서 담소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동시에 무대 중앙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때로는 감동, 때로운 웃음으로 시종 들썩들썩한 분위기에서 70년 역사를 축하하는 잔치가 무르익어갔다.
30여 년 전에 조선학교를 졸업하고 자녀들도 지금 조선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두 중년의 남성도 아이들의 장기자랑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며 자신들이 학교를 다녔던 때를 회상했다. 자신들의 시대와 지금의 학교 분위기를 비교할 때 어떤 느낌이 드냐는 질문에 "정말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흔히 북한이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때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를 인정하면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심해졌다고 알려지긴 했으나, 그 문제가 있기 훨씬 전부터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적대감은 아주 심했다. 그런 배경 탓에 학교도 '전투 모드'에 있는 것 같아 지금보다는 분위기가 훨씬 무거웠다고 한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한국 국적을, 한 사람은 조선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흔히 조선학교니까 조선적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지금 있는 학생 중에 한국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훨씬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일본 국적인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조국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지만 조선학교에서는 이미 국적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어우러져 민족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민족교육을 지켜온 역사, 차별에 싸워온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