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계림을 거닐고 있는 관광객들 모습,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정환
지겹도록 들은 이야기지만 한번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신라 탈해왕때 호공이 계림숲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보니, 나뭇가지에 금괴가 걸려 있었다. 호공이 이를 임금에게 아뢰어 왕이 몸소 가서 황금빛 금괴를 열어보니 총명하게 생긴 사내 아이가 있었고, 그 밑에 흰 닭이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는 갈수록 총명하여 이름을 '알지'라 하고, 금괴 속에서 나왔다고 하여 성을 김 씨로 불렀다고 합니다. 탈해왕은 알지를 태자로 삼았으나 왕위를 받지 못하고 김알지의 육대손에 와서 김씨가 왕이 되었다는 설화입니다. 이런 설화를 초딩학생들한데 이야기 하면 재미있다는 듯 빙긋이 웃습니다.
경주 계림은 동부사적지대 안에 첨성대와 신라 궁궐터인 반월성 사이에 있는 숲으로 느티나무, 왕버들나무 그리고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등 고목이 울창하게 심어져 있어 가을철 멀리 가지 않고도 단풍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고, 가을 단풍철이나 겨울 눈이 내린 후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전국의 많은 사진사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경주 계림 사적지 남쪽 편에 향가비가 세워져 있는데, 앞면은 찬기파랑가가 적혀 있고, 뒷면은 일연 스님의 업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계림 입구에는 계림비각이 세워져 있는데 신라시대 세운 게 아니고, 조선시대에 세운 것입니다. 계림비각 안에는 계림의 내력과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설화를 새긴 '경주김알지탄생기록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나뭇가지 나뭇잎들은 이번에 내린 서리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으나 중간에 있는 단풍나무들과 은행나무는 지금이 절정입니다. 늦깎이 가을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한테는 좋은 장소일 것 같습니다.
울긋불긋한 가을 단풍나무들 사이로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고, 저절로 힐링이 되는 듯하여 왔던 길을 다시 한 번 더 걷고 싶은 충동마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