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혁명당 재건위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이동현씨
이희훈
44년간 그를 따라다닌 '간첩' 꼬리표를 끊어내는 건, 찰나였다. 법정에 "무죄"라는 말이 울려 퍼지자, 예순아홉살의 그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옆에 있던 사내를 부둥켜안고 꺼억꺼억 소리를 내며 울었다.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와 마침내 광명을 찾은 회한의 눈물"이었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김태업)은 이른바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알려진 간첩사건의 피해자 이동현(6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개시 결정 3개월 만이다. 법원은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가 불법감금과 가혹행위로 이씨에게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판단했다.
1975년 서울형사지방법원은 달랐다. 25살 청년 이동현을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월 및 자격정지 2년 6월'을 선고했다. 이유는 '박석주가 북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한 자임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각 수사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했다는 것이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0년대 일어난 대규모 간첩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재일거류민단 동경도 본부 부단장 진두현 등 15명이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간첩죄로 사형과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았다. 현재 일부 유가족은 이 사건이 '조작된 간첩 사건'이라며,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신청했다.
지난 5일, 충주에 있는 빨래방에서 이동현씨를 만났다. 그는 여기서 "억울하게 간첩이 됐던 사연"을 털어놨다. 박석주를 만나게 된 사연부터 들려줬다.
어느 날 찾아온 지프, 남산으로 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