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속의 내과의 오연상1987년 당시 중앙대용산병원 내과의였던 오연상은 간호사 1명과 함께 남영동 대공분실에 불려가 물고문 과정에서 사망한 서울대생 박종철을 처음으로 검안하였다.
우정필름
은로초등학교를 뒤로 하고 9호선 흑석역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흑석시장 입구 한 건물 3층에 있는 '오연상내과'가 보인다. '병원과 동작민주올레가 무슨 상관?', 성급한 사람은 순간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 < 1987 >을 본 사람들은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경찰에게 물고문을 당하다가 사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검안의로 불려간 중앙대용산병원 내과의 오연상을 기억할 것이다. '오연상내과'는 그 오연상이 당뇨전문클리닉으로 2009년에 개원해 운영하는 의원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의사 오연상
1987년 당시 중앙대용산병원에 근무하고 있던 내과의 오연상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하자 간호사와 함께 제일 먼저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을 방문해 고문으로 이미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을 검안한다.
이미 사망해 살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경찰은 고문에 의한 사망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망 장소마저 남영동 대공분실이 아니라 중앙대용산병원으로 조작하려고 시신을 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기려 한다. 이때 오연상은 몰래 병원에 연락해 시신을 응급실로 받지 않도록 조치하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여준다(영화 < 1987 > 속 어리벙벙한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이다).
사망 장소 조작에 실패한 경찰은 이번에는 '쇼크사'로 밀어붙이면서 화장 처리를 통한 사건은폐를 기도한다. 하지만, 최환 공안부장의 저지로 이마저도 실패하고 다음날 사건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진다.
이때 '보통사람' 오연상은 경찰의 회유와 감시를 뿌리치고 병원으로 몰려온 언론과 용기를 내 인터뷰한다. 오연상은 언론에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 폐에서는 수포 소리가 들렸다"라고 말해 물고문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로써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라는 경찰의 발표는 그 힘을 잃게 된다. 이 일로 오연상은 경찰에 의해 며칠간 호텔에 격리조치 되기도 한다.
오연상의 이러한 용기는 부검의로 참여한 국과수 소속 황적준 박사가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회유와 협박을 뿌리치고 물고문 과정에서 발생한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고 감정서를 작성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해서 박종철이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던 것이다.
오연상의 용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오연상은 그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는 제1회 'KNCC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