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제제 포스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같은 미국이지만 다르다. 북한을 대할 때와 이란을 대할 때 미국의 태도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11월 5일부터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한층 강해진다.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미국·독일·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 사이에 '이란 핵합의'가 체결됐다. 핵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합의였다. 이 합의가 올해 5월 8일 깨지면서, 미국의 경제제재가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 합의에 불만을 표시했다. 2015년 저서 <불구가 된 미국> 제1장에서 그는 이란 핵합의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합의 중 하나"라고 혹평하면서, 이란을 신뢰할 수도 없고 검증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며, 검증할 수 없는 것은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면합의를 일반 미국인들이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지난 8월 7일 제1단계 제제를 발동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이었다. 이번 11월 5일부터는 2단계 제재에 돌입한다. 원유·석유제품·에너지·선박·조선 거래 및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에 대한 제재다.
북한과 이란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 왜 다를까
사실, 북한 핵이 이란 핵보다 객관적으로 더 위협적이지만, 미국은 북한보다는 이란을 더 압박하고 있다.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은 북한보다 이란이 더 큰 압력에 노출돼 있다.
미국은 중동 핵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민감하다. 이스라엘 핵무기는 묵인해줬지만, 여타 중동 국가의 핵무장에 대해서는 타협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동과 인접한 리비아에 대해서도 그랬다. 2003년 12월, 리비아로부터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을 받아내고 제반 장비들을 수거해 가기까지 했다.
중국 핵무기는 국제적으로 공인까지 해주고 인도·파키스탄 핵무기는 사실상 묵인해주고 북한과는 정상회담을 자주 열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국가들의 핵개발에 대해서만큼은 사생결단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란은 북한보다 좀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대외무역에 별로 의존하지 않는 북한에 비해, 석유무역 비중이 높은 이란으로서는 미국의 경제제재가 훨씬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이 이란 핵문제에 과도한 열정을 쏟지 않고 오로지 북한 핵문제에만 올인한다면, 북한이 지금보다 훨씬 힘든 상황을 겪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이 이란 쪽에 힘을 소비하는 결과로, 북한이 여유를 누리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란에 미안해 할 이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을 놓고 보면, 북한은 다른 쪽에 감사할 법하다. 그 다른 쪽은 바로 '유대민족'이다.
광해군 폐위 3년 전인 1620년, 영국인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Mayflower)를 타고 아메리카대륙 동부에 상륙했다. 그 후 앵글로색슨족은 서쪽을 향해 총탄을 쏘면서 영토를 확장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이 일은 서쪽 '미개지대'를 향해 인디언들을 밀어내면서 동쪽 문명지대를 확장시키는 일이었다.
'미국적인 것'의 토대를 제공한 프런티어 가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