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협력사회
생각의힘
<초협력사회>는 전쟁을 중심으로 인류의 협력의 역사를 살피는 책이다. 책의 주제인 초사회성(ultrasociality)은 작은 마을에서부터 도시나 국가에 이르기까지, 혹은 그 이상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을 말한다.
책의 핵심 키워드는 '다수준 선택론'과 '문화진화론'이다. 우선 다수준 선택론에 대해 말하자면, 이는 진화의 압력이 개체 단위뿐 아니라 집단 단위로도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개체에게는 협력이 불리해서 협력하는 개체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은 협력을 잘 이루어낸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보다 유리하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협력을 잘 이루어낸 집단이 승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집단 간의 선택 과정에서는 협력하는 집단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만약 이러한 집단 간 선택이 집단 내 선택보다 빠르게 일어나면, 협력은 진화하게 된다. 그리고 인류는 파괴적인 전쟁을 수없이 겪었기 때문에 집단 간의 선택이 집단 내의 선택을 압도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패배의 결과가 너무 중차대했기 때문에, 사회는 생존전쟁을 더 잘 치를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크게 받았다. 이는 더 좋은 무기와 갑옷을 발명하고 사회를 더욱 견고하게 결집시키고 더 나은 전술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더 큰 집단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싸움터에 대부대를 이끌고 나갈 수 있다. 이런 냉혹한 진화론적 논리 때문에 마을들은 더 큰 규모의 사회로 결합될 수밖에 없었다. -69P
그리고 협력하는 집단이 점점 커져서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문화'가 거대해진 집단이 분열되지 않고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묶어준다.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시켜주는 문화가 함께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협력의 본질을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스포츠 팀의 이야기를 든다. 스포츠는 팀원 간의 호흡과 단체정신의 중요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야구, 농구 경기 시청을 즐긴다. 선수들은 실적에 따라 연봉을 받고, 연봉을 정할 권리는 구단주에게 있다. 팀이 이기려면 선수들 간 꼼꼼한 협력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야구 선수간의 연봉이 불평등한 경우, 선수들은 협력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게 된다. 야구팀에서 슈퍼스타의 연봉을 보통 선수보다 훨씬 더 많이 지급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비협조적이 되고, 결국 뛰어난 선수가 있는데도 승수를 쌓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결과는 아주 확실하다. 프레더릭 와이즈먼과 생깃 채터지는 메이저리그 소속팀들을 연봉 차이가 극심한 팀부터 차이가 가장 작은 팀까지 네 등급으로 분류하여 그들의 성적을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연봉이 가장 고른 팀이 연봉 차이가 가장 심한 팀에 비해 시즌당 평균 여덟 경기를 더 이겼다. -113P
농구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내가 득점률이 낮아도 오직 득점 기록에 따라 연봉이 차등 지급되는 팀에 있다면 득점률이 높은 선수에게 패스하는 것이 팀에 유리하더라도 그냥 내가 슛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팀에는 손해라도 말이다.
반면, 같은 경쟁이어도 리그 승강제(성적이 나쁜 팀이 강등당하는 형태)를 도입하는 나라는 최고의 스포츠 구단을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의 축구 리그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렇듯 집단 내부의 경쟁은 협력하는 분위기를 파괴하지만, 집단들끼리의 경쟁은 협력정신을 높인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은 협력에 대한 이런 시각을 전제로 초협력사회에 이르게 되는 인류의 역사를 서술하는데, 인류의 역사에서 구조적 불평등이 Z자로 변화했다고 보는 점이 흥미롭다. 우선, 인류의 조상 영장류 집단은 몹시 불평등한 집단이었다. 실제로 다른 영장류(침팬지, 보노보, 고릴라)들은 철저한 지배위계를 갖춘 사회에서 인류보다 불평등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인류는 저자의 말에 따르면 불의 발견보다도 더 중요한 '발사형 무기'를 만들어서 근력이 센 우두머리를 제압할 수 있었다. 영장류와 다른 길을 택한 인류는 수렵채집무리에서 비교적 평등하게 살아갔다. 그러나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제적 고대국가가 출현하면서 폭압적인 사회를 경험해야 했다.
그런데 고대국가가 제국이 되면서, 국가의 생존은 평민을 무장시켜 대군을 만들 수 있느냐 여부에 달리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등 메시지의 씨앗인 종교와 연관된 평등주의 윤리가 출현했다. 종교는 협력사회를 확장시켰고, 제국의 탁월한 관념적 기초가 되었다. 이후 인류는 전제적 고대국가를 탈피했다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책을 정리하는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책을 읽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저자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실패를 바로잡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그 핵심은 협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저자는 동시에 집단 내 경쟁과 불평등이 줄어들면 그 집단은 더욱 강력해지고, 이런 원칙은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협력과 불평등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의 시민이라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협력하는 사회인가?
초협력사회 - 전쟁은 어떻게 협력과 평등을 가능하게 했는가
피터 터친 지음, 이경남 옮김, 최정규 감수,
생각의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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