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가 덮친 히가시마쓰시마시 노비루(野蒜) 기차역의 참혹한 모습.(위쪽) 역은 폐쇄됐지만 역터를 보전하고, 역 앞 건물 2층에 전시관을 마련해 당시 쓰나미의 참상을 알리고 있다. 전시관에 걸려 있는 벽시계는 대지진 발생 시각인 '오후 2시 46분 18초' 경에 멈춰져 있다.
최경준
코스가 끝나는 지점 앞바다에 우뚝 솟아 있는 높이 16m, 폭 3m의 대리석 돌기둥의 이름은 오레이시(折石), '잘린 바위'다. 1896년(메이지 29년)에 발생한 산리쿠 쓰나미(지진해일) 때 석주 끝부분 약 2m 정도가 부러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산리쿠 해역 지진이 몰고 온 최대 38.2m 규모의 쓰나미는 2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다. 오레이시도 외돌개만큼이나 자연재해의 공포를 온몸에 새기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를 오레이시는 용케 견뎌냈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속절없이 부러지고 잘려나갔다. 1만5894명(미야기현 9541명)이 사망하고, 2553명이 실종됐다. 대피 생활 중 건강이 악화해 숨진 지진 관련 사망자 3523명을 합치면 희생자는 2만2000명에 육박한다. (2016년 2월 일본 경찰청 집계)
대지진 피해로 공영 가설주택이나 임대주택, 친척 집 등에서 거주하는 사람도 12만3000명에 달한다. 이들 상당수가 아직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지역의 농지나 철도·도로 등 인프라는 속속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쓰나미로 침수됐던 농지 가운데 미야기현은 96%, 이와테현은 77%의 면적에서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상태로 회복됐다. (일본 농림수산성)
미야기올레가 만들어진 게센누마시(게센누마-가라쿠와 코스)와 히가시마쓰시마시(오쿠마쓰시마 코스)도 각각 10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게센누마시의 시가지는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탱크에서 유출된 중유에 불이 붙어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시내 전역으로 불이 번지기도 했다.
지난해 NHK가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사고 피해를 본 14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1%가 "대지진에 의한 심신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지진에 따른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도 여전하다.
쓰나미의 땅 미야기현, 제주올레를 주목하다
제주올레는 왜 이런 지역에 올레길을 냈을까?
미야기현 관계자들이 제주올레를 처음 찾아온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줄어든 한국인 여행객과 상처받은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해 올레길을 내고 싶다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제주올레가 지닌 치유의 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 등에 주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