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가 31일 오후 열린 세계평화대회에서 스포츠라는 마중물을 통해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조정훈
지난 1월 3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전격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서였다. 이후 스포츠를 통한 남북 간의 평화무드가 지속되어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휴전협정을 정전협정으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스포츠는 한반도 평화에 얼마나 기여할까?
한반도 역사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세계평화대회 3일째인 31일 오후 '문화-스포츠 교류를 통한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증진'에 대해 발표한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문화연대 집행위원)는 스포츠라는 마중물을 통해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은 평화라는 가치가 스포츠를 통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명백하게 보여줬다"며 이미 엔트리가 정해져 있던 여자아이스하키팀이 단일팀을 이룰 수 있던 과정을 통해 설명했다.
아이스하키라는 특성상 엔트리가 정해져 있고 엔트리 중에서도 시합에 들어가는 선구의 수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 선수를 추가로 더 받는 문제는 남한 선수의 출전기회를 박탈한다는 공정성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단일팀이 성사됐고, 이를 통해 스포츠를 매개로 한 평화의 프로세스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증명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한의 평화를 도모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내용으로 돌발성과 복잡성, 초월성을 들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올림픽 참여의지 표명은 매우 돌발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한 정부의 대응은 효과적이고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메가스포츠를 둘러싼 각 나라(한국,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와 국제 스포츠기구,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진단했다. 이를테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후 가장 빠르게 대응한 집단은 미국 NBC였다. 올림픽 독점 미디어 스폰서인 NBC가 신년사 다음날 특파원을 마식령 스키장으로 보내 현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분위기를 북돋웠기 때문이다.
또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한 단일팀을 위한 만남에서 남북한 당사자보다 IOC(국제올림픽연맹)와 국제하키연맹(IIHF)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단일팀 성사를 원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이 선수 5명의 엔트리 보장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자 그 자리에 있던 IIHF 회장이 즉석에서 남북한 단일팀의 엔트리를 기존의 22명에서 27명으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정 교수는 여자아이스하키 첫 경기인 스위스전에서 경기 결과는 8대0으로 대패하면서 세계수준과의 큰 차이를 실감했지만, 남북한이 함께 강한 적에 맞서 부끄럽지 않게 경기를 마치는 것은 초월적인 경험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