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과학관
참여연대
- 과학관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과학관에는 행정 공무원들이 있다. 이들이 승진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과는 숫자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적절하게 (관람객 수 등의) 수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 친구들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끔 말이다. 새 모델이 성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일단 버틸 수 있는 방어막은 펼쳤다고 평가한다.
또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밤을 새우면서 실험한다고 했을 때 관리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은 난색을 표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공무원들이 협조해주지 않는다는 반응이 온다. 아예 공간을 개인 단체에 내주는 경우엔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고. '할 수 없는 이유'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공무원들 어려움도 공감하고 이해한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는 어떠한가. 과학자의 수도 궁금하다.
"전시관을 운영하는 용역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반면 전문가 그룹은 더 늘지 않았고 신분도 안정화되지도 않고 있다. 과학자는 나를 포함해 8명뿐이다. 그래서 교사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8명 가운데 4명이 임기제 공무원이다. 나머지는 공무직이다. 공무직은 여기 계속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결재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한다. 책임을 질 수 없는 위치다. 책임을 지지 않는 역할만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고용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핵심역량이니 그에 맞는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 요즘 '4차 혁명'이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과학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는데?
"과학이 중요하지만 과학만큼 기술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기술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대학에서도 공학자라고 하지 기술자란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 삶을 바꿔주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기술인데도. 과학관도 마찬가지다. 톱질, 망치질이 기본이다. 사람들은 정육면체 상자 하나 만든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우리도 이제 막 기술자를 채용했다. 용역 직원으로 있다가 최근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 사람 하나 구하는 데 1년 반 걸린 거다. 엄마들이 직접 나무도 잘라보고 해야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다. 그 '톱질'을 제대로 알려줄 사람을 이제 찾았다."
- 관장이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과학은 어렵다.(웃음)
"과학은 쉽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다. 과학이 어렵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과학은 과학자들만 하는 걸로 인식하는데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은 '수학'이라는, 일반이 쓰지 않는 언어로 이뤄져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에게 강연을 요구할 때 '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PPT 슬라이드가 우리말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들이 대학원에서 활용한 영어 슬라이드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참여 시민들이 궁금한 건 과학자들의 '엣지' 있는 고민이다.
작년에 과학관은 5주 동안 '과학하는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여성 과학자들을 불러 모았다. 올해는 '공학하는 여성들'이라는 주제를 다뤘고, 내년에는 '벤처하는 여성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학생들에게 호응이 좋다. 아직도 여자가 무슨 과학고? 하는 핀잔을 듣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한테도. 인문학 주제로만 간주됐던 '젠더 이슈'는 과학계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여성 과학자들은 유리천장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우리가 넘을 수 없었던 벽을 이제 너희가 깨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한다고 한다."
- 과학의 '일상 침투'가 그렇게 중요한가?
"과학이 단순 지식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과 생활 태도라면, 그렇게 과학이 대중화하면 우리는 보다 나은, 보다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이른바 '과학의 대중화' 운동이다. 대학 때부터 이 운동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이들은 이미 공룡학자보다 더 많은 공룡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러나 10살이 지나면 관심이 사라진다. 왜? 더 이상 질문을 가질 수 없어서다.
공룡학자들은 이름이 아니라 당시 자연 환경이 어땠는지 공룡 생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찾고 만드는 것, 그것이 '대중의 과학화'다. 독재 권력에 맨손으로 돌을 던졌던 민주화운동은 촛불 혁명으로 진화했다. 돌을 던지지 않고 세상을 바꿨다. 과학 대중화 운동은 누구도 탄압하지 않았고, 블랙리스트도 없었는데 답보 상태다. 과학 대중화로 과학이 내려온 만큼 대중도 올라가서 만나는 접점이 넓어져야 한다."
- 언론 기고나 방송 출연 등 외부 활동도 활발하다. 최근 관심 갖고 있는 주제는?
"역시 미투 운동과 젠더 이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면도 있다. 페미니즘 운동과 관련해서다. 한 발짝 한 발짝 영역을 넓히고 내 편을 늘려가는 게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적 사람들이라도 만나서 5cm씩 거리를 좁혀나가는 것. 한 큐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 이슈도 주목한다. 'MSGL-글루탐산나트륨가 건강을 해친다', '생리대에서 유해한 라돈이 검출됐다', '학교급식은 유기농이어야 한다' 등등. 환경이나 먹거리 운동하는 사람들 정말 친하고 좋아하지만, 가끔 틀린 이야기를 한다. MSG는 고기 속 아미노산과 똑같다. 라돈은 종이 한 장 뚫지 못한다. 호흡으로 들어가 허파에 영향을 미치면 문제다. 그런데 '라돈 생리대'가 허파에 영향을 미치나? 유기농이면 다 좋은가? 오히려 위생상 더 좋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