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답변하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10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우성
29일 열린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뜨겁게 분출되고 있는 특별재판부 도입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안 처장은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별재판부 논의는 일단 공감할 점이 있다"며 "그렇지만 전례 없는 일이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에 대한 여러 의견도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말도 했다. "특별재판부라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특별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설치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법부가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면이 있다"고. 말의 행간에서 안 처장이 심중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선례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특별재판부 설치는 곤란하다는 거다.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져 나오고 있다. 사법부가 정치권력과 결탁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해야 할 사법부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 원칙을 스스로 차버린 결과는 끔찍하고 참담하다. 사법불신 풍조가 극에 달한 가운데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사법부가 먼저 특단의 조치와 방안들을 제시해야 마땅할 터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을 계기로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범사회적으로 힘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사법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외려 공고한 특권의식과 조직보호 논리만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방탄법원'이라는 세간의 조롱과 비아냥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다. 사법부 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조직 방어기제는 강고하고 뿌리가 깊다. "전례가 없다", "선례를 남긴다"는 이유로 특별재판부 도입에 난색을 표시한 안 처장의 인식이 이를 방증한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남긴 상처가 생각보다 깊다. 정권과 공모해 재판거래를 시도한 사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실체 규명을 막아서려는 조력자들이 조직내에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재판거래로 인해 누군가의 목숨이 희생되고, 누군가의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농단 의혹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 재판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별재판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이유일 터다. 해오던 관행대로 사법부에 사법농단 사건을 맡길 경우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사법부 스스로 초래한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라도, 땅바닥에 처박힌 권위와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수많은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특별재판부 도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명제다.
침묵한다고 해서, 외면한다고 해서, 부정한다고 해서 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재판의 공정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사회 일반의 상식이다. 길은 하나다. 사법부 스스로 달라지는 수밖에는 없다. 처참하게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법 앞에, 그리고 국민 앞에 당당한 사법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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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무너진 사법부 세우는 방법, 이미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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