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루에서 본 남강과 함안천물이 거꾸로 흐르는 함안은 반역의 땅으로 여겨졌다.
김종길
함안 땅, 이곳에는 강이 거꾸로 흐른다. 우리나라 지형이 대개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데 비해, 함안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다. 남쪽에는 여항산, 서쪽에는 방어산, 동쪽에는 청룡산이 있어 물길이 남강이 있는 북쪽으로 흐른다.
그리하여 물이 거꾸로 흐르는 함안은 반역의 땅으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이 반역의 땅을 바꾸려 땅의 이름을 새로 붙였다. 북쪽의 낮은 땅에는 죽산, 대산이라는 높은 이름을 붙였고, 남쪽의 높은 땅에는 병곡, 비사곡이라는 낮은 이름을 붙였다.
함안에는 역성혁명과 왕위 찬탈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모여들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이성계에 반대해 벼슬을 버린 조순, 고려 말 고려동에 담을 치고 평생 담 밖으로 나서지 않은 이오,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은둔한 조려, 연산군의 폭정에 맞서다 부관참시를 당한 이인형, 이들은 모두 함안 사람이었다.
오히려 반역자를 피해 벼슬을 던지고 은둔한 이들이었다. 그중 이곳이 반역의 땅이 아니라는 걸 단적으로 드러낸 가문이 있으니, 바로 무기연당의 주씨 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