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박도
뜻밖에 미국에 가다
나는 그동안 40여 권에 이르는 책을 펴냈는데 그중 한국전쟁 관련 사진집만 다섯 권이다. 이 사진 자료들은 미국 메릴랜드 주 칼리지파크에 있는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버지니아 주 남쪽 항구 도시 노퍽에 있는 맥아더기념관에서 그동안 네 차례 약 70여 일 드나들면서 수집해 온 것들이다.
사실 나는 학교 다닐 때 영어성적이 가장 뒤떨어졌다. 그래서 고교입시에서도, 대학입시에서도, 영어시험 성적이 밑바닥이라 후기 고교와 대학을 다녔다. 대학원 시험에서도 영어를 잡쳐 진학을 못한, 영어는 먹통이다. 그래서 지금도 "화장실이 어디입니까?"라는 말도 영어로 할 줄 모른다.
이런 내가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맥아더기념관을 드나들면서 2000여 점의 한국 근현대사 관련 사진을 입수해 온 것은 나 스스로도 놀랄 일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도 운전 면허증이 없는 대중교통 마니아로 자동차가 신발인 미국의 동부지방을 헤집고 다닌 것도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내 지난 이력을 잘 모르는 사람은 영문과 출신이거나 미국에 가족이 있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국문과 출신이요, 미국에는 혈육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자료들을 수집해 왔으며, 미국에서는 어떻게 NARA에 출퇴근할 수 있었을까?
그 정답은 2004년 백범 김구 암살 배후의 자료를 찾고자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성원으로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재미동포 박유종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분은 정말 헌신적으로 나를 도와줬다. 그때 당신은 생손앓이를 하면서도 단 하루도 약속을 저버린 일이 없이 내 곁에서 손과 발이 돼 도와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