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제에서 진혼무를 추고 있다.
경주포커스
한국전쟁을 전후해 이처럼 억울하게 희생당한 민간인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경주지역합동위령제가 지난 28일 오전 10시30분부터 황성공원에 있는 '경주지역 민간인희생자위령탑'에서 열렸다.
2009년 처음 시작된 경주지역 합동위령제는 올해 10회째다. 1회부터 8회까지는 경주역, 실내체육관 앞 등을 전전했다. 위령제를 모시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다.
2016년 위령탑이 건립된 후에서야 겨우 마음 놓고 추모할 공간이 생겼다. 지난해부터 합동위령제는 추모탑 앞에서 봉행하고 있다.
1960년 4.19 직후 경주유족회를 결성했을때 회원수는 860명에 달했지만, 2015년 경주유족회를 재설립할 때는 78명에 그칠 정도로 유족회원수는 줄었다. 1960년 11월 13일 계림국민학교에서 한국전쟁이후 처음으로 연 경주지구양민피학살자 합동위령제에는 4000여 명(경찰추산 2500명)이 운집했지만, 올해 합동위령제 참여유족은 100여명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작년에도 비슷했다.
이처럼 위령제 규모가 축소된 것은 모진 세월탓이 크다. 5.16쿠테타로 집권한 군부는 4.19 직후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던 한국전쟁 전후 양민학살 진상규명활동이나 유족회 활동을 빨갱이 짓이라며 모질게 탄압했다.
1960년 경주유족회를 설립했던 김하종 회장은 '특수범죄처벌특별법' 위반으로 구속돼 7년형을 선고받고 2년을 복역해야 했다. 유족회는 해산했다. 그 이후 민주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유족들은 독재정권의 '빨갱이' 탄압에 몸서리쳤고, 자식의 장래를 위해 억울함을 삼키며 숨죽여 살아내야 했다.
1960년 경주유족회를 만들었던 '청년 김하종'은, 백발의 노인이 된 2015년 경주유족회를 재건했다. 그 사이 유족회 규모는 줄었지만, 빨갱이로 몰렸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명예회복의 염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김하종 경주유족회장은 28일 합동위령제에서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아픈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과제이며 역사의 뼈아픈 교훈이 후세에 올바르게 전달돼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학살 추정 장소에 대한 발굴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지고, 이를 통해 구천을 맴도는 억울한 죽음이 고향산천에서 안식할수 있도록 정부와 경주시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오늘 위령제가 갈등과 대결의 불행했던 과거를 넘어 평화와 화해의 희망찬 미래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며 "민간인 희생자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염원한다"고 말했다.
김하종 유족회장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낙영 후보에게 학살추정지 발굴에 대한 경주시의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주시에서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는 소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