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나에게 하는 질문들>
이희동
각각의 영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저자는 영화가 인문학과 맞닿아 있음을 지적한다. 인문학이란 결국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영화 장면을 통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영화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인간 중에서도 '나'에 주목한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고, 항상 붙어 있으며, 가장 들여다보기 쉬운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의 핵심은 나의 해석일 수밖에 없다. 각도를 달리하여 내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따라서 영화로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영화를 나누는 행위이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어떤 장면에 감동하는지, 영화를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등을 살펴보면 내가 누구인지 한층 더 알 수 있다.
과거 우리는 위인전을 읽으면서 꿈과 희망을 품었지만, 이제는 영화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훌륭한 사람이 특별하다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훌륭한 사람을 본받기보다 내 안의 잠재력을 발견하고자 한다. 부모들이 위인전이 아니라 영화를 보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이다.
자, 그럼 영화를 보고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발견하는 나
저자는 <쿵푸팬더>에서부터 <스파이더맨>, <인생은 아름다워>, <마션> 등 16편의 영화를 제시하며 그 속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이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인식시키는 방법이다.
그 중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주었던 영화 인문학은 바로 <스파이더맨>이었다. 저자는 영화 <스파이더맨>을 이야기하며 이 시대의 게으름에 대해 일갈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세대가 자녀들을 위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함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기성세대가 정답인양 하기 때문이다.
슈퍼거미에 물린 다음날 주인공이 겪는 변화는 마치 청소년기 아이들이 겪는 변화와 비슷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몸에 관심이 많아지고 예민해지고 주변의 평가에 신경을 쓰며 무모한 시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실제보다 자신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실제보다 자신의 힘을 더 부풀려 생각하기도 한다. - 46p(스파이더맨)
중2병은 어느새 사회적 용어가 되어 중2라고 하면 으레 따라붙는 말이 되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초4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고 한 어른으로서 무척이나 죄책감을 느꼈다. 성장하는, 그리고 찾아가는 그 과정을 '병'으로 지칭하는 이 사회의 '게으름'에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래가 불안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병'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게으르다는 증거다. – 49p(스파이더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