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의 억새를 본 적 있나요?

경남 산청과 합천 사이에 펼쳐진 낙원, 황매산 억새 군락지

등록 2018.10.26 19:32수정 2018.10.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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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나름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이번 주말엔 어디 갈래요?' '가서 뭘 먹으면 좋을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누구나 떠올리는 두 가지 물음이다.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곳, '소확행'이 가능한 곳을 찾아 떠난다. 
 
억새와 가을 경남 고성의 고성천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
억새와 가을경남 고성의 고성천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윤병렬

가을은 어딜 가나 풍성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한적한 시골길 달리며 만나는 황금 들녘도 좋고, 집 주변 곳곳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감과 감나무가 있는 풍경, 고즈넉한 마을 풍경도 아름답기만 하다. 
 
황매산 억새 군락지 황매산 억새가 한창이다.
황매산 억새 군락지황매산 억새가 한창이다.윤병렬

특히 요즘엔 들에도 산에도 하얀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치 하얀 꽃가루를 뿌려놓은 듯 무리 지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억새는 말 그대로 '억세다'의 억에 풀을 뜻하는 새가 합쳐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파리가 억센 풀이라는 뜻이다. 어릴 때 소 먹이러 가본 사람들은 바랭이와 같이 소가 제일 좋아하는 풀로 기억한다. 억새는 전국 각지의 산 정상이나 제방 같은 곳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건조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황매산 억새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황매산 정상이다.
황매산 억새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황매산 정상이다.윤병렬

경남 산청과 합천에 걸쳐 있는 황매산은 봄에는 산철쭉 꽃으로, 가을에는 억새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진 왼쪽이 산청군, 오른쪽이 합천군이다. 옛날엔 소 방목장으로 이용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들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산등성이를 따라 작은 산책길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자기 체력에 알맞은 곳을 선택하면 된다.
 
햇빛에 반짝이는 황매산 억새 황매산 억새가 햇빛에 반짝인다.
햇빛에 반짝이는 황매산 억새황매산 억새가 햇빛에 반짝인다.윤병렬
   
황매산 억새 역광으로 비치는 억새밭 풍경
황매산 억새역광으로 비치는 억새밭 풍경윤병렬

억새꽃은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쯤 역광으로 보는 장면이 제일 좋다.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억새꽃 물결은 그야말로 황홀한 춤의 향연이다. 억새 입장에선 자식을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내기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이지만 보름달 환하게 뜨는 날 달빛 마중하며 걷는 억새 군락지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다.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천왕봉윤병렬
 
황매산 산마루에 올라 서쪽을 바라보면 멀리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뚝 솟은 천왕봉, 중봉, 웅석봉이 보인다. 산 위로 붉게 물드는 노을도 일품이다.
 
자주쓴풀 곳곳에 자주쓴풀이 피어있다.
자주쓴풀곳곳에 자주쓴풀이 피어있다.윤병렬
   
물매화 물매화 꽃도 만날 수 있다.
물매화물매화 꽃도 만날 수 있다.윤병렬
   
용담 용담꽃
용담용담꽃윤병렬
  
가을에 피어나는 야생화는 억새와 함께 덤으로 만날 수 있는 귀한 손님들이다. 자주쓴풀, 물매화, 용담, 구절초, 쑥부쟁이가 억새 군락지 곳곳에 피어 있다.


황매산은 경남 산청군 차황면으로 올라가는 방법, 그리고 합천군 가회면 쪽으로 올라가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승용차로 산의 7, 8부 능선까지 올라가서 억새밭을 편안하게 걷는 방법도 있고, 산 아래 차를 두고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황매산은 주변에 인공 구조물이 거의 보이지 않아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한 여러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억새 #물매화 #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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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생물 관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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