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트리올의 겨울은 눈이 오면 아름답지만 가끔 너무 많이 내린다. 몬트리올 겨울에 대한 한인들의 생각은 엇갈리는 편이다.
조욱래
이민온 지 3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생생(生生)한 이민생활'을 전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생생'이란 '날 것 그대로'라는 의미와 가깝다. 주로 사람들이 잘 말하지 않는 것과 개인적인 경험담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민 와서 느낀 것이지만 일단 와보면 이민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예찬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게된다. 아무리 '좋은 쪽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라 생각해도 왠지 어색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했던 일과는 정반대로 단순육체노동 위주의 일을 하더라도 한국보다 여기 삶이 훨씬 낫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표정에서 '힘듦'이 느껴진다. 이민 1년 뒤, 처음 편의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했을때 사무직을 제외한 모든 일은 노가다(육체노동)란 걸 알게 됐다. 폄훼하는 게 아니라,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민자들은 이런 순간들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말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얼마동안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때로는 '증오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상하게 어떤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게시판에 별 희안한 욕이 다 쓰여있다. 어떤 초보 이민자가 궁금한 게 있어 글을 올리면 못잡아먹어 안달이다. '물어 뜯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하지만 더 이상한 건 한국사람들은 서로 모여 산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모여사는 인종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처럼 물어 뜯지는 않는다. 마치 부부가 뒷통수에다 대고 별의별 악담을 늘어놓면서 절대 따로 살지는 못하겠다는 것과 같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과연 무슨 이유일까?
그나마 생각한 것이 한국사람은 '깍쟁이'라는 거다. 좋은 의미의 깍쟁이. 심각히 받아들이지 말고 장난스럽게 이해하고 넘겨도 될 듯하다. 겉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척, 때론 엄청나게 싫은 것처럼 말해도, 속으로는 같이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래서 깍쟁이다. 서로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 거려도 음식탓, 문화탓에 절대 떨어져 살수가 없다.
이민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
한편 이민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캐나다 같은 선진국으로 이민가면 의료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삶의 질도 월등히 나아질 거라고.
먼저 두 가지만 말하자. 의료와 고용.
캐나다에 오면 의료는 무료가 맞다. 워크앤클리닉이라고 동네 근처에 쉽게 갈 수 있는 보건소가 많이 있는 것도 맞다. 어디가 아프면 워크앤클리닉에 가서 패밀리닥터의 소견서를 받아야 전문의에게 갈 수 있다. 그것까진 좋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성격 급한 한국사람 못 기다린다. 패밀리닥터 만나는 것만 보통 2~3시간이고 몇시간 기다려 소견서를 받아도 전문의 만날때 또 기다려야 한다. 애가 갑자기 아파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면, 숨 넘어가지 않는 이상 또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캐나다 몬트리올은 특히 심하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보면 공짜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냥 몇십 불 주고 빨리 진찰받는 게 낫다.
해외에 있는 현지 한국신문을 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몬트리올 한인신문에는 한국의 병원부터 숙박, 그리고 귀국까지 원스톱 고국방문 의료관광을 홍보하는 광고가 매주 실린다.
왜 그럴까? 얼마 전 재외국민의 '먹튀 의료'가 문제가 돼 정부에서 최소 체류기간을 6개월로 연장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선진국 의료시스템이 좋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한인들이 현지인 의사를 불신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