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5인(얼굴가면),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하다.청년정당 우리미래의 선거제도 개혁 기자회견 퍼포먼스 중
우인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권력을 나누는 연립정부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제안했습니다. 총리임명권, 장관임명권 등 내각 구성권을 한나라당에 이양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정치 변화를 가로막고 지역주의를 유지시키는 선거제도를 고치자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민생이나 신경쓰라는 말을 들으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어느 당이 한 지역에서 50% 정도의 득표율을 획득하면 전체의석의 90%를 가져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부산광역시 시의회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58.14%의 득표로 95.74%의 의석을 가져갔고, 전라북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63.23%의 득표율로 89.47%의 의석을 가져갔다).
이렇게 어느 한 지역을 한 정당이 계속해서 독점하게 되면 그 지역정치에서 견제와 균형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결하고 싶었던 지역주의 정치구도 역시 점점 더 고착화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조금 어려운 표현으로 '의석수와 득표율의 불비례성'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의 뜻을 정치에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선거제도 개혁 공약을 내놓았고, 최근에도 제도 개혁 의지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데 지금의 선거제도가 너무나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정치독과점이 계속된다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제1야당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지역기반에서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도 쉽습니다. 시민들에게 그들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큰 실수를 하면 다시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런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귀족이 된 정치인은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앞서 밝힌 선거제도의 불비례성으로 인해 시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두 개 정당의 독과점 정치체제에서는 집권하는 세력이 대부분의 권력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정권을 놓친 세력은 5년 내내 상대의 발목을 잡아야만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큰 실책을 저지르면 그 반사효과로 다시 정권을 잡게 됩니다. 또한 정치인은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보다, 두 개의 유력정당 중 하나로부터 공천받는 것을 가장 중히 여기게 됩니다.
이러한 정치 독과점의 상태가 계속되면 권력을 누리던 정치인들은 착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떤 착각일까요? 이 권력이 마치 '원래부터 자기들 것'이었다는 착각입니다. 시민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래부터 국회의원이고, 원래부터 시장이고, 특별한 사람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 군림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시민들이 목도하고 있는 그들만의 특권의식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나쁜 선거제도 때문입니다. 정치권력의 독과점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현행 선거제도가 원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시민이 주인이고 정치인들이 머슴인 나라가 아니라, 정치인이 귀족이고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