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의병투쟁을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tvN
"조선은 왜란, 호란을 겪으면서도 여태껏 살아남았어요. 그 이유가 뭔지 알아요?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죠. 누가? 민초들이. 그들은 스스로 의병이라고 부르죠."
지난달 30일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온 대사다. 영화나 드라마가 종종 가려진 역사에 빛을 비춘다. 최근 영화 <안시성>이 고구려의 투쟁사를, 그 전에 영화 <암살>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를 대중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였다.
'미스터 션샤인'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구한말 의병의 역사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때마침 일본이 제주 관함식에 욱일기를 고집하며 국민적 공분을 산 터라 메시지의 울림은 더욱 오래 남는다.
1895년 10월 일제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의 만행과 단발령을 강제한 데 맞서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처럼 민초들이 일어섰다. 그 출발지, 충북 제천에서 의병투쟁의 흔적을 더듬었다.
명성황후 시해와 단발령에 맞선 의병 산실 자양영당
지난 19일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이 맑게 반짝이던 날, 박달재 동쪽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 산기슭의 자양영당(紫陽影堂)을 찾았다. 자양영당은 1895년 춘천에서 내려온 유인석이 각지의 동지들을 규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병 봉기를 논의한 의병의 산실이다. 비밀리에 거사를 도모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산세가 깊다.
일본 군경을 향해 돌진하는 의병 조각이 인상적인 충혼탑을 지나자, 기와집과 초가집이 어울린 건물들이 나온다. 성리학자 유중교가 후학 양성을 위해 1889년 세운 창주정사(滄洲精舍)를 유인석이 거사·도모 장소로 썼고, 이후 1906년 유림이 새 건물을 추가하며 자양영당이란 이름을 붙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