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성격 규정으로 논쟁하고 있는 모습.건전한 논쟁은 언제나 환영이나, 상대방을 비방하는 논쟁은 사양한다.
페이스북(Seth)
제주 국제 관함식, 갈 길 먼 평화의 길
최근 오랜 동안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벌여온 외국인 뮤지션(Martin Seth. 한글명 이 산)이 페이스북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왔다. 이번 제주 국제 관함식에 대한 글을 퍼오며,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한국 해군기지(US-ROK naval base)'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논박이다. 이에 대해 저널리스트인 미국인 2명이 왜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영향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강정마을에서 오래 활동해 와서, 그쪽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하는 말 아니냐는 것이다. 과연 제주 해군기지는 한국 것인가 미국-한국 것인가.
겉으로 보자면, 제주 해군기지는 분명 한국의 것이다. 한국의 돈이 투입됐고, 한국 해군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제주 해군기지는 한국에 있다. 그런데 군사시설이라는 것은 단순히 시설과 지리적 위치, 투입 예산만으로 그 성격을 규정하기가 힘들다. 가장 중요한 건 제주 해군기지가 무엇을 위해 사용되느냐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군사적 목적, 즉 자주 국방과 안보, 전쟁 시 필요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절대 안 되겠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한 가정이 집 한 채 짓는다고 해보자. 그 가정에선 거주의 목적 이외에, 집이 있는 마을의 공동회관으로 쓰고자 한다. 이 집엔 누구나 수시로 드나들 수 있다. 특히 이 집은 재난이 일어났을 경우, 재난특별 보호소로 쓰는 것으로 약속돼 있다. 심지어 이 집을 지을 때, 공동회관과 재난특별 보호소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에서 설계에 들어가야 할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집 짓는 비용은 이 가정에서 투입했다. 집의 위치는 물론 이 가정이 소유하고 있는 땅이다. 이 집에서 자주 마을 회의와 재난특별 대비 훈련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이 집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적어도 국가-가정 공동소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012년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기사
'제주해군기지가 미군기지라고 보는 이유'에선 제주 해군기지의 설계 과정에서 주한미군 해군사령관의 요구 사항이 반영돼 있다고 주장했다. 설계 과정에 관여한 것이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엔 미군 함정들과 각 나라 함정들이 국제 관함식 이외에 군사적 목적으로 자주 기항할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이 실시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전쟁 시엔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 해군기지는 우리나라의 것인가, 아니면 미국-한국 공동소유라고 봐야 할까?
한미 공동으로 사용하면, 공동 소유 아닌가
제주 해군기지가 한국의 것이냐, 미국-한국 것이냐는 논쟁은 어찌 보면 굉장히 관념적일 수 있다. 하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서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상대방의 의중을 왜곡하는 식으로 논쟁이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논쟁의 대상이 한국인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한미 공동소유라고 주장하는 건, 한반도에 있었던 전쟁의 비극,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자주적 국방과 안보, 앞으로 펼쳐질 통일 한국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모든 주장은 의도를 담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를 한미 공동의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좀 더 거시적이고 통시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짓이네, 일부 과격 활동가들의 선전 행위라고 주장하는 건 트집을 잡아 깎아내리려는 억지에 가깝다. 그것도 저널리스트라는 이들의 행태라면 더더욱 용납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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