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감사관 시절의 김거성 목사(맨 왼쪽)
김거성
- 사립유치원 비리는 이번에 이름이 외부에 공개된 유치원들에 국한된 것인가?
"사립유치원들 모두를 비리집단이라 해서는 안된다. 수십 년을 유아교육 한길에 매진하면서 헌신 봉사한 많은 선량한 유치원 원장들, 교직원들도 많다. 또 명단 공개된 유치원들 가운데 시정이나 주의 등 가벼운 처분만을 받은 곳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비리들이 그동안 편만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리들은 유아들의 건강, 교육과정, 안전 등에 직결되기 때문에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들의 분노가 거센 것이다.
더욱이 이번 명단 발표는 감사를 받은 유치원들에 국한되어 있고, 감사를 거부해서 검찰에 고발된 곳들, 아직 감사를 받지 않은 곳들도 수두룩하므로 비리규모나 범위, 수법 등은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 검찰에서 고발된 유치원들을 최종 어떻게 처분하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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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부패근절 대안 중의 하나로 사립유치원 지원금을 아예 학부모에게 바우처 같은 형식으로 직접 지급하면 어떤가?
"지원금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야 보다 확실한 통제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비리들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홈스쿨링이나 협동조합 형태의 양육을 선택한 경우 제한적으로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연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8월 27일 퇴직했고 개방형 감사관을 4년 했는데, 사립유치원들의 반발로 더 이상 감사관 역할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글쎄, 사립유치원들의 반발로 더 이상 못한 것이라 단정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지금처럼 훨씬 자유롭게 유아교육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활동할 수 있게 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감사담당공무원들, 그리고 시민감사관들이 있어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투명성, 책임성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 오래전에 의정부지검에 사립유치원에서 회유하려고 보낸 골드바 뇌물 관련 사안을 제보했는데 지금에야 검찰에서 조사를 개시한 것을 보면 여론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조사개시를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는데?
"골드바 사안 관련해서는 지금이라도 실체를 드러내고 합당한 처분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 사안 말고도 교육청으로부터 고발된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된 많은 사안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공급자들, 관련 이익단체들이 있다. 돈이 어디로 나가고 들어왔는지 수사 없이 강제수사권이 없는 교육청의 서류만 들추어보고 면죄부를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들은 이번에 명단이 공개된 유치원들보다 비리 등이 훨씬 심각했기에 고발된 것이다."
- 경기도 지역 사립유치원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다른 교육청은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왜 이리 조용하다고 보는지?
"경기도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적으로 다른 교육청들보다 비리 규모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감사기법과 착안점 등에 따른 감사의 품질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그냥 영수증 확인이나 금액이 맞는지만 점검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교재비로 송금했다며 1000만 원 영수증을 첨부했어도 감사담당자들은 그 송금의 상대방 계좌를 추적해 본다. 그러면 원장 본인 또는 가족의 통장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52만 원을 교사회식에 사용했다면서 신용카드 영수증을 첨부했지만 상호와 주소를 찾아보면 뷰티살롱이다. 홈페이지에 '연예인 피부만들기' 48만 원이라고 선전하고 있음을 확인해냈다.
다른 교육청들도 이런 감사기법을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업형 유치원들이 별로 없고 규모가 작은 유치원들이 대부분이어서 경기지역에 비해 덜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또 시민감사관 참여를 통해 각종 압력이나 청탁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감사도 중요하다."
"원아모집 중단으로 학부모 압박하는 사립유치원, 우선 감사대상 삼아야"
- 사립유치원 비리 관련하여 (시민)감사관의 권한강화 및 타정부 기관과의 협력체제 강화 등 향후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며,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통해 회계 처리하고, 처음학교로 입학관리시스템을 활용하는 것, 그리고 비리유치원의 간판 바꿔달기 금지 등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려는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아울러 다음 몇 가지를 포함한 추가적인 과제들이 고민되어야 한다.
첫째, 국무조정실의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을 확대 개편하여 일정기간 사립유치원 감사를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감사의 균질화, 처분기준 통일적 적용에도 유용하겠지만, 교육청이나 도청이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경, 국세청 등과 공조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감사할 수 있다. 특히 폐원, 원아모집 중단 등으로 또다시 학부모와 국민들을 압박하는 사립유치원들을 우선적으로 감사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둘째, 사립유치원과 정치권 등에 대한 시민감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시민감사관 활동도 그 하나에 속한다. 각종 의회 등의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여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하고 국민 대다수의 복리를 외면하는 정치인들은 도태시켜야 한다. 사립유치원 운영위원회를 법적 심의기구로 만들고, 운영위원의 교육과 네트워킹을 통해 내부 감시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립유치원의 합리적 제도개선 요구는 수용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에서는 국무조정실에 적립금 제도를 인정해 주도록 제도개선을 제안, 관철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통학버스 등 포함 적립재원 세입과목, 즉 공통과정지원금, 교육비, 설치·경영자이전수입(법정부담전입금 제외), 잡수입금, 순세계잉여금 합계액의 10%를 적립하여 시설보강이나 통학버스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고 있다. 앞으로도 표준 원비 미만 유치원의 경우 원비 인상률을 차등 적용한다거나 하는 과제들이 있다.
넷째, 공공성 증진을 위한 사립유치원들의 자율적 노력을 독려해야 한다. 지금 대화가 통하지 않는 시기가 지나면 유치원 내부의 자정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지난 2016년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투명사회협약유치원으로 참여한 곳들이 대표적으로 자율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고 그 방향을 추구, 실천할 것을 약속한 실제사례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제고는 국공립 원아 수용률 40%를 달성하는 목표와 배타적이 아닌 상보적 과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또 이와 관련하여 중장기 유아교육 발전방안이 사회적 합의로 마련되어야 한다."
- 지난 8월 4년의 임기를 마치고 감사관직을 떠나면서 아쉬움도 많을 것 같은데?
"감사관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고향 부모의 집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지시하는 곳으로 떠나는 데서 발전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이야기처럼 지금까지 한 삽, 한 지게를 짊어지고 흙을 옮겼지만, 산이야 국민들이 옮겨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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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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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교육청에서 손댈 수 없는 '성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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