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장소2세 개 감금장소 중 하나인 양조장. 지금도 운영하는 양조장이며 당시 농협 창고는 현재 사라지고 없다.
노준희
이용길 위원장은 "무덤이 수십 개다. 얼마나 많은 희생이 이곳에서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며 "'직산현 관아 200명 희생 사건'의 기록만 있을 뿐 현장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번 발견으로 이곳이 참혹한 역사의 현장임이 확실히 밝혀졌다. 드디어 천안에서도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민간인학살 장소 발견과 더불어 주민의 증언으로 민간인들을 감금한 장소도 확인됐다. 당시 직산면 사무소였던 직산현 관아 창고와 지금은 사라진 농협 창고, 현존하는 양조장 세 곳에 민간인들을 나눠 감금한 뒤 산으로 끌고 가 총살했다는 것이다.
직산읍에서 나고 자란 주민 김대현(가명)씨는 "약 20년 전 성산 토성 흔적을 살펴보다가 올망졸망 이상한 곳을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전쟁 때 끌려가서 죽은 바로 그 민간인들 무덤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돌아가신 어른들 말씀이 부역 혐의 등급에 따라 즉결처분했다고 했다"며 "어릴 적 나도 3명씩 나란히 묶인 사람들이 20~30명 줄줄이 뒷산으로 끌려가는 것을 봤다. 학살은 인민군 귀순자에게 시켰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이 장소뿐 아니라 근처 폐금광에도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고 들었으나 지금은 금광 형체가 사라졌다"며 "무덤떼 발견으로 위치를 추정할 수 있게 됐으나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인학살 장소를 수소문하고 증인을 만난 천안역사문화연구회(준) 이용길 위원장은 "진실화해위원회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직산면 사무소 서기였던 참고인의 증언을 토대로 '직산면 사무소(직산현 관아) 200명 희생 사건'이 기록됐었는데 천안에서 이번처럼 민간인 학살장소가 분명하게 드러난 예는 없다"고 했다.
그는 "시급히 발굴조사를 시행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어간 희생자를 위로하고 유족들이 떳떳하게 부모형제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을 위한 위령제를 먼저 지내 그들의 넋을 위로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아픈 역사를 내버려 두지 말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서 첫 민간인 학살장소 드러나 "지자체 전수조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