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의용병 현충비6.25한국전쟁 초기에 있었던 포항전투에서 전사한 학도의용병 48명을 기리는 <학도의용병 현충비>가 흑석동 한강변에 세워져 있다.
양승렬
'학도의용병 현충비'는 흑석고개 정상부에 있는 '효사정문학공원' 입구에 있다. 이 비는 6.25 한국전쟁 초창기 포항지구 전투에 참전한 대학생과 중학생 등으로 구성된 71명의 학도의용병 중 전사한 48명을 추모하기 위한 비다.
당시 제3사단 사단장으로 포항지구 방어전투를 이끌었던 김석원 장군의 주도로 1955년에 건립됐다. '학도의용병 현충비'를 세울 당시 김석원은 성남고 교장을 맡고 있었다.
김석원이 '학도의용병 현충비'를 세운 이유는?
김석원 장군은 일본 육국사관학교 출신으로 '일본군국주의의 화신'으로 불리기도 한 일본군 대좌 출신이다. 1사단 사단장을 맡고 있다가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남북간 비공식 물물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북어 사건'으로 당시 육군참모총장 채병덕과의 불화 끝에 군복을 벗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수도사단장으로 복귀했고 이어 포항전투 직전인 8월 7일 제3사단 사단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김석원은 당시 상황을 그가 쓴 <노병의 한>(1977)에서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당시 제3사단은 포항여중에 후방지휘소를 두고 있었는데, 그 주력부대는 포항북방 강구(江口)에서 전투 중이었다. ...(중략)... 그런데 내가 강구에서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동안에 평생을 두고, 아니 죽어 저승에 가서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가장 가슴 아픈 죽엄과 접촉한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1950년 8월 11일 새벽, 우회하여 포항을 공격한 공산군의 기습을 받아 포항여중 앞 벌판에서 그야말로 호국의 꽃으로 산화한 어린 학도병 48명의 죽음이다. 그들은 6·25 남침으로 조국의 운명이 위급해지자 자기 스스로 책가방을 내던지고 맨주먹으로 용약 일선에 달려 나온 애국의 화신들이었다. 그들은 특히 나와 함께 싸우기 위하여 내가 속해있던 수도사단으로 갔다가 제3사단으로 전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포항까지 도보로 강행군해 온 조국의 꽃들이었던 것이다."(341~342쪽)
김석원도 자신의 휘하에 있던 48명 어린 학도의용병의 죽음이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김석원은 1955년 흑석동 한강변에 '학도의용병 현충비'를 세울 당시를 회고하면서 이 비를 세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학교 재건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되었다고 생각될 무렵인 1955년 5월 나는 6·25동란 전 개성의 송악산 전투에서 육탄으로 적의 토치카를 파괴, 아군에게 승리의 길을 터주고 산화한 육탄10용사의 조국애에 넘친 감투정신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육탄10용사 현충비'를, 그리고 같은 해 6월에는 6·25동란 시 어린 학생의 몸으로 조국의 위난을 구하려고 총을 들어 기억에도 새로운 포항전투에서 애처롭게 죽어간 어린 넋들을 달래기 위해 '학도의용군 현충비'를 흑석동 한강 가에 세웠다. 조국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조국을 구하기 위해 단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다는 것은 애국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애국이며 인간의 행동치고는 가장 아름다운 행동이라고 나는 언제나 확신하고 있다."(389-390P)
한마디로 말하면 어린 학생들의 조국애를 기리기 위해 비를 세웠다는 것이다. 1955년 6월 21일에 열린 '학도의용병 현충비' 제막식에는 함태영 당시 부통령, 이선근 당시 문교부장관, 김태선 당시 서울시장, 신익희, 정일형 당시 국회의원 등도 참석하였다.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해 한 가지 덧붙이면 위 글에 등장하는 '육탄10용사 현충비'는 1977년 한강대교와 현충원을 잇는 동작대로 확장공사로 서울현충원 안 현충문 오른편으로 옮겨져 있다. 이때 '학도의용병 현충비'도 시내 삼청공원으로 옮길 계획이었으나 극적으로 이곳에 살아남았다.
영화 <포화 속으로> 속의 학도의용병
포항전투에서 전사한 48명을 포함한 71명의 학도의용병 이야기는 영화 <포화 속으로>(2010)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영화에서는 배우 권상우가 학도의용병 구갑조 역을, 가수 T.O.P 최승현이 학도의용병 중대장 오장범 역을, 배우 차승원이 북한군 766부대 진격대장 박무랑 역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