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과들과 출입기자 간담회
안태원
- 교육부가 오는 25일 전국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2013년~2017년 감사를 통해 적발된 비리 유치원 1878곳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방침을 세운 것은 정말 다행이다. 중요한 사실은 교육부가 (지금까지) 유아들을 위해 교육 예산을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누리 과정은 '무상 보육의 첫 걸음'이라고 홍보했다. 행복한 세상을 누리라는 것이 목적인 지원이다. 그렇게 지원했으면, 교육에 썼는지 안 썼는지 지도 관리 감독 했어야 한다.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은 교육부의 책임 방기 때문이었다."
- 그 때문에 만시지탄이라는 아쉬움도 많다.
"그렇다. 부모들은 정부 지원의 목적이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알 권리가 있다. 유치원들이 그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도 알 권리가 있다. 박용진 의원의 자료 요청으로 결국 뒤늦게 터진 것이다. 교육부가 책임 방기 끝에 늦게라도 공개하는 것은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다."
- 상반기 종합감사 계획도 나왔다. 비리신고 유치원, 대규모 유치원, 고액 학부모 부담금 수령 유치원 등이 대상이다.
"감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감사로 그 많은 유치원을 어떻게 다 감사하고 잡겠나. 제도 개선과 관리 감독이 함께 가야 한다. 일단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무회계 규칙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나서 에듀파인(정부감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규칙을 상세히 세우지 않으면 헛일이다. 모 유치원을 보니 원아 600명에 조리사 14명을 썼더라. 그렇게 썼다는데 어쩔 수 있나? (규칙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본 기준은 이미 나와 있다. 아이 당 조리사 몇 명, 영양사 몇 명... 급식 기준도 마찬가지다. 몇 그램은 꼭 줘야 한다든지. 이러한 기준을 적용한 재무 회계 규칙이 새로 나와야 한다."
- 사립유치원에 주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용도 외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일부 사립유치원 측의 반발도 거센데. 어떤 방향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보나.
"(사립유치원은) 사적 사유라고 하지 않나. 그러나 정부에서 지원할 때는 명확하게 '교육에 쓰라'고 해야 한다. 나는 무작위 지원도 반대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는 보조금을 받을 때 '더러워서 안 쓴다'라고 할 정도로 까다로운 회계 절차를 거친다. 결산할 때도 10원짜리까지 영수증이 필요하고 1원이 남아도 반납해야 한다. 시민단체라고 해서 다 주는 것도 아니다. 지원의 기준이 있다.
사립유치원도 공공의 영역이다. 교육 문제다. 유아 교육 얼마나 중요한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다. 영어 교육 시킨다고 다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같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동체 교육이 시작돼야 하는 시기다. 그런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돈벌이로만 돈 받는다? 안 될 말이다."
- 대안이 있나.
"'법인 사립유치원만 지원한다'라고 하면 된다. 그럼 다 법인화하지 않겠나. '너네 법인화 해라!'가 아니라. 지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사립유치원 허가가 아주 간단하다. 교육부가 (유치원이)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관심이 없다. 사립학교도 법인이어야 하지 않나. 국가는 공공성을 가진 곳만 지원하라는 것이다. 업자처럼 교육을 팔아 돈만 벌겠다는 데까지 막 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비리신고센터도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당장 변화가 있을까.
"잠시 주춤은 하겠지. 감사 들어온다고 하니 급식 주문이 밀려들어온다고 하지 않나. 신경은 쓸 거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근본 대책은 제도 개선으로 해야 한다."
- 시민감사관을 지내며 교육청과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다.
"그래도 경기도 교육청이 정말 큰일 했다. 시덥지 않은 일부 도의원들이 자료 요청을 해가며 (사립유치원 방어를 위해) 난리치고. 국회의원 동원해 전화하고... 그래도 교육청이 초기에 잘 대처한 것 같다. 전국 교육청이 이번 일을 모델로 했으면 좋겠다."
- 한유총은 이번 '사태의 주역'으로 시민감사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시민감사관제의 보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전문가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전문가가 아니라도 괜찮다. 조금만 교육 받으면 된다. 한글과 더하기 빼기만 알면 된다. 중요한 것은 교육 철학이다. 철저하게 교육을 위한 의무로 하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영수증만 봐도 안다. 이건 누가 봐도 문제구나, 하고. 학부모도 다 하실 수 있다. 몇 가지만 알려주면 된다."
"시민감사관은 학부모 대리자... 부모가 싸워야 한다"
- 17대 국회의원 당시에도 교육위에 있었다.
"그 당시에도 보육 분야를 문제 삼았더니 사무실에 전화가 빗발쳤다. 당시 힘들었던 것은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였다. 정말 (지금과) 똑같다. 며느리를 대학 총장으로 앉힌다거나, 연구비를 착복했는데 교수들이 연구할 능력이 없다거나. 그때 '밤길 조심하라'는 말도 들었다. 지금도 날 보고 (주변에서) '조심해, 조심해'라고 전화가 온다."
- 한유총은 박용진 의원에 대한 법적대응도 예고한 상태다.
"법이라는 게 참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더 힘 있게 나와야 한다. 여론은 어쩔 수 없거든. 시의원 때 부천시 담배 자판기 철거운동을 해봐서 잘 안다. 청소년에게는 담배를 팔 수 없으니 담배 자판기는 문제였다. 또 상법을 보면 장사는 누구나 자유로이 할 수가 있게 돼 있고. 법이 이렇게 상치될 때가 있다. 학부모들이 일어나서 조례를 했더니, 상인들이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계속 운동을 이어갔고, 결국 (법이) 손을 들어줬다. 그래서 전국의 담배 자판기가 사라졌다."
- 지난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원장이 지원금으로 정치인을 후원한 영수증을 남긴 것을 봤다고 했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사람인데, 그게 나오더라고. 원장한테 그랬다. '이런 건 개인 돈으로 하십시오'라고."